외부 발표를 하다보면 좋은 것들?

올해 이런 저런 기회가 되서 몇 번 강의를 했었다.  학생 시절 과외 경험으로 가르치는건 내 적성은 아니었다.  한 두 사람도 아닌 수십명 앞에서 이야기를 한다는 것 자체가 사람을 긴장하게 만들기도 한다.

올해 이전까지 강의 경험 횟수를 합쳐보면 2~3번이 전부다.  할 때마다 몇 일 동안 시간을 가지고 준비를 했다.  전달할 내용을 충실히 전달할 수 있을지 이야기하는 강연 무대에서 심하게 떨지는 않을지…  걱정이 현실이 되지 않도록 준비하지만 항상 충분하지 못했던 것 같다.  걱정 가득히 준비하고 진행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의는 할만 한 것 같다.

강의 준비를 위해 가장 필요한 건 시간이다.  자료 준비와 발표 준비를 위해 투자해야 할 시간이 만만치 않다.  자료는 단순한 텍스트 자료로 통하지 않는다.  PPT로 자료를 만드는 건 텍스트를 쓰는 것보다 더 시간이 걸린다.  부여 설명이 아닌 핵심이 되는 문장과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들이 있어야 한다.  맥락을 유지하기 위해 핵심 이외의 문장들을 말로 어떻게 풀어낼지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텍스트로 만드는 것보다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발표는 과외가 아니다.  내가 앞에서 이야기하는 말을 들어주는 사람들이 한 두 명이 아닌 수십 명이다.  긴장이 될 수 밖에는 없고 말 떨리기가 일쑤다.  어떤 경우에는 주어진 시간보다 너무 빨리 혹은 너무 오래 동안 이야기를 한다.  이럴 때면 종종 “여긴 어디?, 나는 누구?“와 같은 경험을 느꼈다.

그런데 왜 이런 사서고생을 할까?  싫은 소리를 듣는 때가 태반인데??

먼저 준비 시간과 과정에서 많은 것들을 깨우치게 된다.  안다고 생각했던 것들 가운데 많은 것들이 아는 척을 했다는 것!  알고 있다고 생각을 했지만 사실 각론을 따져보다보면 제대로 알지 못했던 것들이 하나 하나씩 드러나게 된다.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왜곡되고 자의적으로 해석된 지식들을 바로 잡을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아진다.  특히 발표는 자료를 읽는게 아니라 자신의 머리속에 그 내용을 정리해야  한다.  그래야지 내용을 흐름으로 이어지게 만들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드문드문 알던 것들을 제대로 엮어서 온전한 지식으로 정리할 수 있게 된다.  올해 강의 혹은 발표했던 TDD, Git, TDD 내용에 대한 자료들을 만들면서 반성하고 제대로 공부할 수 있었다.

눈으로 이야기를 전달하는 글과 달리 발표(말)을 통해 전달하는 정보의 속도는 확연히 빠르다.  특히 한명이 아닌 여러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전달을 위해서는 전달 방법을 계속 고민해야한다.  효과적인 방법은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게 아니니까.  효과적으로 발표를 할 수 있는 사람은 그만큼 효과적인 소통을 할 수 있다.  조직화된 사회를 살아가는 인간이라는 동물의 특성상 “효과적인 소통“은 생존을 위한 중요한 수단이다.

발표는 한방향 소통이긴 하지만 세상에는 자신의 의견(주장)을 한마디도 못하는 사람들이 허다하다.  하고 싶은 것을 하지 못하는 것만큼 사람을 갑갑하게 만드는 건 없다.  자신의 의견을 적절히 말하고, 그 의견이 반영된 방향으로 사람들이 움직여준다? 사회적인 욕구가 있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이걸 원한다.  그 사람의 이름값은 올라가고 다른 사람들의 지지를 받는다.  소위 말해서 “이름 값(Name Value)“를 얻는다.  열심히 노력한 결과로 얻어지는 이름 값이라면 당연한 성취라고 생각한다.  부끄러워하지 말고 되려 자랑스러워 해야한다.

마지막으로 한번 강의를 할 때마다 들어오는 금전적인 보상이 쏠쏠하다.  “돈”이라는 이야기를 꺼내니 앞서 이야기한 “사서고생”이라는 말이 영 안맞는 단어인 것처럼 보인다.  들인 시간과 대비해서 들어오는 “돈”을 생각하면 사서 고생이라는 단어가 그리 틀린 말은 아니다.  돈이 들어오면 감사한 마음으로 받아서 좋은 곳에 사용하면 된다.  시간을 만들어준 가족이나 동료와 좋은 시간을 함께 한다면 이 또한 좋지 않겠나? (개인적으로는 평소에는 나이가 패널티지만 이런 경우에는 어드밴티지로 작용한다. ^^  우리나라에서는 평가 기준이 나이순/경력순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