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 연봉이 올랐어요!

넥슨에서 쏘아올린 개발자 연봉인상이라는 공이 전체 업계에서 요동을 일으키고 있다. 분명 작년 말에 연봉 협상은 이미 끝났는데, 자고 났더니 연봉이 1,000 ~ 2,000이 급상승하는 마법같은 한해를 시작하신 분들이 많다. 개인적으로 한국 게임 업계는 높은 노동 강도에 비해 낮은 연봉으로 악명이 높았다. 오죽 게임쪽 개발자들의 꿈과 희망이 네이버나 카카오로 이직하는 것이라는 말이 나왔을까. 많은 분들이 이번 조치로 꿈을 이루기 위해 희생했던 각자의 연봉도 함께 찾는 시발점이 됐으면 좋겠다.

시작은 게임 업계에서 출발했지만, 이제 주류 기업들이 개발자 연봉 인상에 동참했다. 어느 분야든 마찬가지지만 숙련된 인력은 사실 많지 않다. 엔지니어링 부분, 특히 개발 분야의 숙련된 엔지니어는 경험만이 아니라 현재(대)의 기술을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때문에 연륜과 꾸준한 학습과 적용 능력을 갖춘 사람들이라고 본다. 당연히 이런 사람들의 분포는 정규 분포의 끝자락에 있겠지.

한쪽에서 이런 사람들을 땡기기 시작하면 결국 제로섬 게임이 되버린다. 개발과 코딩을 제대로 할 수 있고, 원하는 것(Business)를 이해하고 만들 줄 아는 사람과 함께해야지 일이 돌아간다. 특히나 코로나 이후로 촉발된 비대면 사회에서 해볼 수 있는 사업 기회는 온라인으로 시작해 오프라인으로 이어지는 모델이 주류다. 그만큼 시작점을 만들어줄 수 있는 사람들이 시대적으로 절실한 상황이다. 고무줄처럼 늘릴 수 있는게 아니라 정해진 파이 크기다.

나눌 크기의 파이가 아니니 결국 남의 것을 빼앗아 올 수 밖에 없다. 그리고 합법적으로 쟁취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도구이자 무기는 “큰 보상“이다. 소프트웨어 개발자라고 하더라도 이 사람들이 어떤 도메인에 있는지에 따라 이미 처우가 달랐다. 보상의 불균형의 시대에서 더 많은 자원을 확보하기 위한 보상이 치솟고 있다. 자본주의 시대는 모두에게 동일한 평평한 운동장을 제공하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 그 운동장에서 열심히 달리고 있는 1인으로써 금전적인 높은 고지가 존재할 수 있다는 것 또한 새롭다. 하지만 뭔가 좀 불편하다.

엔지니어링 마인드

작년말부터 현재까지 개발자의 몸값은 말그대로 “금값”이다. 코로나와 함께 비대면/온텍트라는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 새로운 시대는 새로운 기회다. 이 기회를 잡을려면 개발자가 필요하다. 금값이 될만하다.

자 그래서 개발자분들은 어떨까? 톡까놓고 이야기해서 지금이 기회다. 처우와 보상의 개선 찬스를 놓치고 싶은 사람은 없다. 더 좋은 처우를 제공해주고, 개발자라는 이력만 있으면 이직할 수 있다. 와중에 모셔가겠다는 곳이 줄을 선다. 맘에 들지 않는다면? 이곳에서의 연봉을 Stepping stone 삼아서 더 높은 보상을 제시하는 곳을 뛰어 오를 수 있다. 모든 건 협상이다!

개발자가 역량 혹은 능력으로 평가받기보다는 협상으로 평가받는 시절이 지금 시절이다. 좋은 개발 역량을 가진 사람보다는 현재의 시장은 개발을 할 수 있는 사람이면 “역량”은 충분하게 생각하는 듯 하다. 요즘 환경에서는 좋은 협상 능력이 좋은 개발과 성장에 대한 욕구보다는 훌륭한 개발자의 역량이지 않을까? 와중에 2년 혹은 3년 사이에 이직을 두번만 할 수 있다면 아마도 보상은 수직 상승할 것으로 기대한다.  2~3년 전의 역량과 능력은 동일한데 연봉이 두 배로 뛴 친구를 본적이 있다. 만나면 흥미로운 주식과 투자 이야기를 전해준다. 개발 이야기를 할라치면 그건 걍 하면 되는거 아니냐고 말한다. 음… 머… 그렇지.

 

닷컴 버블의 재현

국내 개발 환경은 2000년대 초반에 맞이한 닷컴 버블의 효과를 오래동안 겪었다. 물론 요즘 취업하시는 분들이 90년대 후반 세대가 있으니까 뭔 호랑이 담배물던 시절 이야기인지도 모르겠다. 세월이 참 빠르긴 하다.

재미있는건 오늘의 IT, 개발 활황기와 닷컴 버블의 시점이 아주 많이 닮아있다는 것이다. 당시에도 인터넷 광풍이었고, HTML로 웹 페이지만 만들 수 있어도 개발자로 인정받았다. 지금보면 웹 페이지 쪼가리 정도인데도 불구하고, 성공적인 투자를 이끌어낼 수 있는 아주 호시절이었다. 4 ~ 5년정도 대유행의 시절이 있었다. 많은 젊은이들이 IT의 장미빛 미래를 당시에 보았다. 너도나도 개발에 뛰어들었고, 대학에서도 유래없는 전산 관련 학과의 정원이 늘었고, 인재들의 지원이 있었다.

하지만 버블이었다는 것이 판명되었다. 수많던 스타트업들이 버블이 터지면서 사라졌다. 일로써 이 분야에서 일확천금을 노리던 사람들의 자리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회사들과 개발자들은 생존을 위해 소위 막노동판인 SI 업계로 향할 수 밖에 없었고, 저가 수주 경쟁과 낮은 임금에 시달리게 되었다. 소위 “제대로 된 개발자가 없다!“는 말이 이 시점부터 나오기 시작했다. “제대로 된” 개발자들은 안정적인 직장을 향해 네이버와 다음(현 카카오)로 향했고, 그럼에도 꿈을 이루고 싶은 사람들은 자신이 원하는 곳에서 버텼다.

젊은이들의 꿈의 이상향이었던 IT는 더 이상 그들이 원하는 곳이 아니었다. 3D라는 단어가 이들 머리속에 각인되기 시작했고, 함께 대학, 대학원의 전산 관련 지망자들이 급격히 줄어들었다. 학교는 취업이라는 학생들의 당면한 문제 해결을 위해 기본보다는 응용에 초점을 맞춘 교육 과정을 제공했다. 문제가 문제를 야기하면서 결국 시장에서 “제대로 된” 개발자, 특히나 신입 개발자를 찾기가 더욱 어려워졌다. 도대체 Process와 Thread의 차이를 묻는 질문이 언제까지 유효한 면접 질문이 되어야 할지 궁금하다.

앱을 통한 새로운 기회가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다시금 이 분야에도 서광이 비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미 10년 가량의 시간이 흘러버렸다. 개인적으로는 다행이고 산업적으로는 불행이겠지만 대략 이 10년 동안 제대로 된 개발 기초 교육과 성장을 위한 기회를 제공받은 개발자를 찾기가 매우 어렵다. 2021년 현재의 나이로 보면 38 ~ 45세 사이 구간 정도? 하긴 한국의 개발 문화에서 이 나이에 개발한다고 하면 좀 이상하게 보긴 한다. 경력자 면접에서 TDD, Microservice architecture, RESTful 등을 질문하면 근본을 기대한 답을 못한다. 경험을 갖춘 시니어가 끌어줘야 하지만, 되려 이론으로 무장한 주니어에게 가름침을 받을 상황이다. 노땅이 무조건 잘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아니니 오해말자.

이전 세대의 10년 공백은 버블과 함께 터져버린 기대, 밤샘을 강요하는 과도한 일정과 사람 갈아넣기, 정당하지 못한 대우 등등이 겹치면서 발생했다. 기존에 있던 사람들은 이 길을 포기하고 치킨집 창업의 길로 뛰어들었고, 사회 생활을 시작하기 위해 준비하는 학생들은 전산 전공을 기피했다. 똘똘하다면 당연히 의대와 한의대였다. 빈자리를 채워주는 사람이 없으니 존버모드가 가능했다. 정말 꿈만 같았던 40대 개발자의 모습을 현실에서 실현하고 있으니까. 물론 성장은 정체됐고, ActiveX에 기대긴 했지만 IT 강국에서 소프트웨어는 빈사 상태가 되고 반도체만 남았다.

현재의 시점에 갖는 우려는 개발할 줄 아는 사람, 즉 경력자만 찾는다는 것이다. 쉽게 이야기하면 신입을 뽑을 이유가 사라져버렸다. 빠르게 만들어서 치고 나가야 하는 시간 싸움에서 갓 대학 졸업한 사회 새내기를 가르칠 수 있겠는가? 보상은 경력자 위주로 돌아가고 그들의 리그가 되며 그 Pool에서 제로썸 게임이 이뤄진다. 그나마 큰 기업이라는 네이버와 카카오마저도 “코딩만 할 줄 알면 뽑는다!“는 구인 광고를 내며 저인망식으로 경력자만을 쓸어담았다. 물론 최근에 신입 사원을 다시 뽑겠다고 이야기를 하긴 했지만. 저인망식으로 경력 개발자들을 싹쓸이하는 모습이 훌륭한 모습이라 생각되진 않는다. 부디 이번에 새로 뽑는 새내기 개발자들을 잘 성장시켜줬으면 마음도 바래본다.

우려되는 모습은 새내기로 시작할 수 있는 제대로 된 회사들이 많지 않은 현실이다. 결국 전산 전공자들이 성장하면서 자신의 가치를 키울 수 있는 자리가 한정된 상황이다. 그 자리를 얻지 못한 친구들이 생길 것이고, 이런 모습은 후배들 혹은 Computing, Programming 분야에 대한 학생들의 의욕을 저하시킬 것이다. 다른 이유긴 하지만 몇 년의 시간 후에 새로운 피는 없어지고, 버티면 이기는 세상에 한번 더 오지 않을까 우려가 든다

요즘의 이 흐름이 버블때와 마찬가지로 일시적인 흐름일지 혹은 건강한 생태계로의 자연스러운 전환인지 알지 못한다. 시간이 이야기하주겠지. 지금의 30대 초반의 개발자가 10년 후 나랑 같은 생각을 하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

보상의 유리 경계

보상은 외부에서 봤을 때 사람을 평가하는 일종의 측정값이다. 두루 좋은 역량을 갖춘 개발자(혹은 엔지니어)도 역시 좋은 보상을 받는다. 아니 받아야 한다. 그럼 개발자들의 역량 분포는 어떻게 될까? 왜곡되지 않았다면 정규 분포를 따라갈 것이다. 경력과 개개인의 역량등을 두루 고려했을 때 이 분포 곡선을 따라가는 것이 어느 정도 합당해보인다.

그렇다면 보상은 어떨까? 당연히 능력이 뛰어난 인재는 그에 합당하는 보상이라는 대우를 받아야한다. 반대로 능력이 대비해서 비교되는 사람이라면 낮은 금액이 주어지는게 우리가 살고 있는 자본주의 논리다.

자 그렇다면 지금과 같은 개발자이 몸값이 금값인 현재는 어떤 모습일까? 분포와 보상 그래프를 겹쳐보면 딱 아래 그림과 같지 않을까?

능력에 따라 이뤄지던 합당이 보상의 그림은 아이러니하게 사라진다. 보상을 능력이라는 기준으로 환산해서 개발자 분포를 다시 보면 아래 그림과 같다.

소위 능력있는 개발자들이 모두 마지막 구간에 몰려있다. 경력직을 채용할 때 이전 회사에서 받는 그 사람의 연봉이 그 사람의 능력을 평가하는 측정값이 된다. 이정도 받는 사람은 이 정도의 능력이 되겠지!? 하지만 이렇게 또이또이 몰려있는 상황에서 정말 그 사람이 원하는 능력을 보여준다고 확신할 수 있을까? 기술 면접에서 잘 걸러주겠지? 글쎄다.

두번째 문제는 능력과 성과에 대한 보상이다. 성과와 의미있는 결과를 만들어낸 사람에게는 적절한 보상이 있어야 한다. 월급은 상시 비용(Cost!)이다. 회사는 계산에 능숙하고 상시 비용을 줄이길 원한다. 고로 회사의 총 보상은 월급과 인센티브가 적절한 조화를 추구한다.  조화로운 비율이 어찌됐던, 주는 쪽보다는 받는 쪽에게 연말 한방 인센티브는 보상 관점에서 매우 큰 의미를 갖는다. 많은 인센티브를 받기 원한다면? 성과가 좋을 것 같은 알짜 프로젝트를 고르자. 물론 그 중에서도 때깔나게 표나는 일을 해야한다. 물론 그 프로젝트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좋은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해야 한다. 인센티브 잘 받을려면 여의도 정치를 회사에서도 잘 해야한다.

웃프다.

자본의 불균형

현재 닥친 상황에 가장 난감한 분들은 이제 개발자들이 필요한 Business를 시작한 분들이 아닐까 싶다. 현실을 놓고 보면 같이 할 파트너 가운데 개발자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없다면 낭패다. 요즘처럼 귀한 몸이 되버린 개발자분들 가운데 이 좋은 조건들을 포기하고 가시밭 길을 걷겠다는 분을 찾아야 하니까.

좋은 개발자를 못나가게 붙잡을 수 있는 회사는 자본이 있는 회사다. 줄만큼 돈이 있어야 하니까. 네이버, 카카오, 삼성? 아 쿠팡이랑 현대도 있겠구나. 결국 좋은 개발자를 많이 보유하고 사업적인 다양성과 유연함을 보여줄 수 있는 회사는 돈이 있는 회사다.

새로운 뭔가를 해볼 중소, 중견 기업들은 앞으로 새로운 아이디어에 도전해볼 기회조차 잡기 어려운 상황이 올 것이다. 온/오프 Mix가 앞으로 몇 년 사이의 주류 사업 모델인데, 온라인을 구현하지 못하면 결국 말짱 도루묵이다. 결국 팀을 만들 수 있겠지만, 좋은 팀으로 발전하는 건 더욱 힘든 도전일 것이다. 재원의 수준에 따라 결정된 팀은 결과와 성장의 균형보다 오직 “결과” 그 하나에 집중할 것이다. 슈퍼스타가 있다면 그 사람이 해결할 것이고, 없다면… 글쎄. 잘 모르겠다. ㅎㅎ

문화따위는!

자본주의를 살아가는 1인으로써 돈은 중요하다. 나를 포함한 모든 개발자에게도 마찬가지다. 개인으로 보자면 그렇지만 조직으로 봤을 때는 어떨까?

누구나 이야기하지만 혼자 만들 수 있는 Product 혹은 서비스는 없다. 결국 팀이고 협업이다. 건강한 조직의 협업이 그만큼 성과를 낼 수 있고, 그만큼 양질의 서비스를 만들어낸다고 믿는다. 그리고 이를 지탱해주는 것은 암묵적으로 “우리는 이렇게 일한다.” 라는 조직의 문화다. 소통하고 토론하고 결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주장하고 양보하는 것이다. 그것이 문화다.

돈이라는 요인이 이 과정에 들어오게 되면 참으로 난감하다. 누구나 좋은 평가를 통해 좋은 보상을 받고 싶다. 이건 결국 이기적 동물인 인간의 본성을 드러낸다. 숨기고, 상대방을 꺽고, 너의 것은 틀렸다고 이야기한다. 이게 말이 되나 싶긴 하지만 인간은 이기적이다. 어떤 면에서 보면 동물보다 더 동물적이다. 보상을 위해 결국 결과를 만들어낸다. 과정이야 어떻든. 건강한 조직일까? 서로 경계하고 헐뜯는 사이에 만신창이로 병들어 있을 것이다.

개발자로서 정신적인 고통받지 않으면서 즐겁게 일하기 위해서, 은퇴 이후를 넘어서 개발로서 일할려면 좋은 문화의 회사에 있는게 좋다. 개인적으로. 물론 어느 정도 위험을 감수하고 주식 대박의 길을 가겠다면 그것도 물론 응원한다. 해볼만하다. 하지만 있는 문화까지 망가트리면서 보상을 추구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이번 기회가 기울어진 운동장이 어느 정도는 자리를 잡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포털, 게임, 그리고 SI 분야를 포함해 역할과 능력 그리고 노력에 부합하는 개발쪽의 보상 체계가 잡혔으면 한다. 그리고 닷컴 버블의 10년 공백이 제로썸 게임을 통해 되풀이되지 않길 바란다.

직장인인 개발자는 당연히 결과를 만들어내야 하고, 당연히 회사는 이걸 요구해야 한다. 다만 개인의 성장은 당연히 회사의 성장에게 큰 밑거름이 된다는 사실도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 큰 회사와 작은 회사 각각에서 할 수 있는 영역이 있을 것이고, 그것들이 모여지면 좋은 개발자 사회를 만들어낼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