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관(면접하는 사람)을 위한 교육

아마도 사회 생활을 시작한 직후부터 사람을 뽑는 역할을 했던 것 같다. 정말 뭣도 모르는 상태에서 사람을 보기 시작했던 것 같다. 지금 돌이켜보면 좀 어이없다.

 

잘 몰랐던 소기업 시절

사실 벤처/스타트업 혹은 작은 중소 기업에게는 지원자가 지원해주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였다. 인터뷰를 통해 사람을 거른다는 것이 의미가 거의 없긴 했다. 당시에 Java, C++, Visual C++ 가지고 개발해야 했기 때문에 언어랑 도구를 사용할 줄 아는지 정도만 체크해도 충분했던 시절이었다.

질문은 안할 수 없어서… 주어진 코드를 보고 Class Diagram을 그릴 수 있는지 여부 정도? 불행히도 이 문제를 통과한 사람이 두명인가로 기억한다. 좀 써먹다가 넘 어려웠다는 걸 인정하고 포기했다. 이 질문은 내가 면접에서 사용하는 질문으로 살아남았다. 주니어에게도 시니어에게도 유용하다는건 참…

 

대기업, 네이버.

네이버로 옮긴 이후에도 어찌어찌해서 시니어 대상 면접관을 하게 됐다. 네이버에 지원하는 시니어들을 내가 평가해도 되나 싶긴 했지만… 영광이라고 생각했다. 기술 역량만 평가하면 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면접은 2인 1조로 들어갔다. 네이버는 큰 회사다. 첫번째 면접에서 면접관으로 동행하는 분 역시 처음 얼굴보는 분이었다. 질문을 나눠 해야할 것 같아, 면접자분과 역할을 어떻게 나눌지 이야기를 나눠봤다. “각자 알아서 질문하자.“라는 쿨한 답을 받았다. 뭐… 잘 아는 사이도 아니니. 걍 알아서 하는 걸로. 이후에 몇번 면접을 같이 들어갔던것 같다. 변화가 있긴 했는데… 그때도 항상 내 말이 많았던 것 같다. (가물가물)

지원자에 대해 한시간 정도는 공부하고 면접에 들어간다. 지원자를 역량 평가할려면, 공부하는 건 당연하다. 이력서 읽어보는 걸로 퉁치기에는 좀… 적어도 경력과 무관한 쌩뚱맞은 질문을 던지면 안된다. 소중한 시간을 쪼개서 지원해준 지원자에 대한 예의가 아니니.

사실 내가 네이버 채용에 기여한 바는 거의 없는 것 같다. 기억상 거의 대부분 불합격 의견을 냈던 것 같다. 네이버 면접 에피소드 하나 이야기하면, 네이버 입사하기 이전 회사에서 프리랜서로 계약하고 먹튀한 학벌 좋은 친구를 면접장에서 만났다. 어디서 이름이 많이 익다 싶었는데 얼굴 보고 알았다. 허락없이 외장 하드에 복사해놓은 다른 회사 소스 코드를 당당히 본인의 자산이라고 이야기했던 분.  3개월 계약 기간동안 얼굴 편하게 비치다가 결과를 달라니 잠수타버린. 와중에 잔금을 주면 준다길래(뭔 양아치짓!) 보내줬더니 돌아온 건 쓰레기 코드였다.

제 얼굴 기억 안나냐고 여쭤봤더니 모르겠다길래 찬찬히 기억을 상기시켜드렸다. ㅋ  X씹은 표정으로 앉아있던 그분 표정이 지금도 생각난다. 세상 좁다. 인생 그렇게 살면 안된다.

 

요즘은 네이버의 채용이 많이 바뀌었을 것 같다. 대부분 CIC 체계로 변경되서 각자 체계이기 때문에 대기업스러움보다는 되려 스타트업스러움이 더 강하지 않을까?

 

외국계 회사는…

라이엇으로 이직한 이후에는 입사 직후부터 바로 면접관을 했다. 막 입사한 이후부터 면접관 역할을 했기 때문에 역시 이래도 되나 싶긴 했다. 그래도 라이엇에서는 면접관별 차이가 결과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했다. 간단하게나마 문제 Pool에 대해 고민하는 미팅도 가졌으니. 그럼에도 코드 좀 짜면 면접관으로 들어가는 관행을 바꾸기에는 여력이 부족했다. 개발자가 넘 적었으니.

한번은 미국 출장 중에 본사 친구가 인터뷰 일정이 있다고 했다. 오후에 다시 만났을 때 후기와 본사의 Interviewer Training Program에 대해 물어봤다. 아주 나이스하진 않지만, 1년에 한 두번 Talent팀이 진행하는 공식 프로그램과, 각 팀 단위의 On-boarding 과정이 있다는 것이었다. 오호… 역시 본사!

나중에 본사 프로그램이 제대로 셋업된 걸 알았고, 희망하면 참여할 수 있다는 것도 알았다. 하지만 영어로 진행하는 프로그램에 굳이… 채용 TO도 없는데… 그리고 영어. 영어로 말해야 하는 외국 회사는 그래서 신중히 생각해야한다.

 

본사, 쏘카.

쏘카로 이직 후 가장 먼저 살펴본 부분이 채용쪽이었다. 프로세스 몇 가지 부분들의 변화가 필요했고, 변화를 실행할려면 어느 정도의 면접관들이 필요했다. 우선 내부에서 시니어들 위주로 면접관 풀을 구성했고, 이전의 경험과 면접관으로 참여할 의사를 확인했다. 간단히 면접 과정에서 하면 안되는(?) 것들 위주로만 교육했다. 이후에 코딩 테스트, 과제 중심으로 면접 과정을 정비하고 그 가운데 틀을 만들어갔다. 면접관들이 의지가 있으니 자연스러운 쏘카다운 면접 프레임이 잡혔갔다. 이건 좀 놀랍다. 더구나 현재 진행형이라는게 더욱 놀랍다!! 감놔라 대추놔라 시시콜콜 간섭하지 않았는데도 감이 열리고 대추가 매달린 느낌? (아재개그 잘 하고 싶은 욕망이 있는데… 안되는가부다.)

그럼에도 아쉬운 부분은 “본사”에서 진행하는 공식 프로그램이었다. 당장은 시니어들이 적극적이었기 때문에 잘 운영이 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쏘카 기술의 표상이 될 교육받은 면접관들이 적정 규모로 있어야 한다. 이 분들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이 있었으면 했다.

지원자분들이 늘어남에 따라 기존 면접관 풀이 느끼는 피로도가 쌓였다. 신규 면접관에 대한 필요가 생겼고, 기존 면접관들이 신입 면접관들을 리드할만큼 기량이 쌓였다는 것도 나름 확신하게 됐다. 부담을 낮출 필요가 있지만, 지원자가 어떤 면접관을 만나느냐는 운빨이 평가로 작용하면 안된다. 면접관의 코드 역량은 신뢰할 수 있지만 평가를 따라갈 수 있는 가이드가 있어야 했다. 이걸 통해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본사” 공식 프로그램을 해볼 때인가!!!

꿈은 뭔가 대단한 것 같긴 했지만, 구체화해보니 “뻔하네!, 애매하네?!” 라는 생각이 들게 되긴 했다. 없는 것보다는 낫다라는 생각에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 쏘카의 엔지니어 인재상 – 면접에서 찾아야 할 쏘카 엔지니어 인재상을 확인
  • 프로그래머(엔지니어)로 산다는 것 – 엔지니어로써 가져야 할 철학과 비전
  • 면접은 어떻게? – 전반적인 인터뷰 절차와 단계별(1차, 2차) 인터뷰에서 다뤄지는 내용
  • 기술 인터뷰 How-to – 기술 인터뷰 과정에서 주의깊게 살펴야 할 부분들
  • 인터뷰 에티켓– 인터뷰 진행 필수 매너
  • 면접 문제 풀이 – 코딩 테스트 및 화이트보드 코딩 모의 실전

프로그램의 처음 시작은 우리는 누구이고, 어떤 동료와 함께 할 것인가에 대한 상을 맞췄다. 물론 계속 우리가 원하는 엔지니어의 모습을 맞추긴 했지만, 그럼에도 사람을 뽑는 역할이기 때문에 쏘카의 인재상을 한번 더 맞췄다.

다음으로 면접의 기술이다. 원하는 엔지니어어 역량을 지원자가 갖췄는지 살펴보기 위한  기술들을 공유한다. 사실 정답은 없다. 이 방법을 찾는 것도 본인들만의 노하우이고. 다만 본인들의 노하우 발견을 위한 첫걸음이 되길 바란 뿐이다. 다음으로 역할극. 지원자 입장에서 면접 질문을 풀어보는 것이다. 면접 질문이 합당한지, 그 과정에서 지원자와 면접관이 어떤 방식으로 질문과 대화를 통해 상호작용을 할지를 경험해본다.

물론 이 과정 마친 다음에 가볍게 한잔했다. 결국 새로운 면접관들도 하나의 팀이 되어야 한다. 팀 플레이 잘 할려면 서로를 좀 더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아직 성장회사라서 잘 알고 있었고, 앞으로도 이 관계를 잘 유지할 수 있을 것 같다.

다음은?

성장하는 조직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맡아줄 사람들은 리더들이다. 기존 리더들이 역시 잘 해주고 있지만, 새로운 리더들이 나타나야하고 외부에서 좋은 리더분들을 모셔야 한다. 이 분들이 쏘카의 미래를 함게 공유하고 팀 구성원들을 위한 쏘카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음 “본사”의 교육은 리더십이다!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