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DD를 하신다구요?

사람들과 전화너머로 이야기를 하다보면 TDD를 자신있게 말하는 분들을 종종 만난다.  물론 이 분들의 이력서에도 “활용 가능한 기술”들 가운데 하나로 TDD라는 3글짜 알파벳이 강렬하게 적혀있다. 개인적으로 TDD 방식의 개발의 예찬론자이기도 하기 때문에 이런 분들을 만날 때마다 반가운 생각이 든다.

처음 이 단어를 들었던 때가 아마도 2010년도 쯤이었을 것 같다. 주변의 개발자들 가운데 아는 사람도 적고 해서 손에 익히기에 쉽지 않았다. 지금은 거의 대부분의 이력서에 언급될만큼 보편적인 것이 되버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런 분들을 만나서 “TDD 방식으로 코드를 작성해봐주세요~” 하면 다른 양상이 펼쳐진다. 테스트가 개발을 주도하는 모습을 기대했지만 대부분 테스트는 장식이다.  이 모습을 보면서 아래와 같은 생각을 해본다.

왜 이런 의미없는 테스트를 작성할까?

테스트를 작성하는게 테스트 주도 개발인가?

뭔가 착각이 있는 것 같다. 원래 테스트와 테스트 주도 개발은 다른 건데 말이다.

시작이 문제다.

2차원상의 좌표 점들의 거리를 계산하는 프로그램을 작성해야 한다고 치자. 뭐부터 작성해야할까?

public class DistanceCalculator {
  public void addPoints(int x, int y) {
  }
  public float calc() {
    return -1;
  }
};

테스트를 먼저 한다고 하지만 그래도 이정도는 먼저 찍어놓고 해야겠지?  본능적인 촉에 의하면 2차원 좌표점이라고 이야기를 했으니까 그건 x, y로 표시해야하고, 점들이 많을테니까 이걸 관리해야하는 기능도 필요할테니 점들을 넣을 수 있는 addPoint(x, y)와 같은 메소드도 필요하다.  그리고 이것들을 가지고 계산을 해야하니까 당연히 calc() 라는 메소드도 있어야 한다.  TDD로 개발하는 개발자니까 구현은 테스트를 작성한 다음에 하는거지!!!

이렇게 하는게 과연 Test Driven일까?  하지만 이 코드는 이미 Developed 되어있다.  해야할 일은 채워넣는 일일뿐.  여기에서 테스트가 하는 일은 이미 구조가 잡힌 코드의 안정성을 보장하는데 사용된다.  물론 예외등을 테스트하다보면 코드의 발전을 이끌 수는 있겠지만, 완전한 Driven이라고 이야기는 어렵다.

테스트 먼저

TDD를 좋아하는 개발자라면 시작은 DistanceCalculator 클래스가 아니라 DistanceCalculatorTest 클래스에 대한 코드부터 적어야 한다.

public class DistanceCalculatorTest {
  @Test
  public void shouldItCalculateDistance {
  final Point start;
  final Point end;
  final float expectedDistance = 1.0f;

  GIVEN: {
    start = new Point(0, 0);
    end = new Point(0, 1);
  }

  WHEN: {
    calculator = new Calculator();
    actualDistance = calculator.distance(new Point[] { start, end });
  }

  THEN: {
    assertThat(actualDistance, is(expectedDistance));
  }
};

이 테스트 코드를 통해 우리가 많은 것들을 정리할 수 있다.

  • 계산을 수행할 객체의 이름을 정했다. DistanceCalculator 보다는 Calculator가 현재의 컨텍스트에서 좀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테스트의 이름도 변경하는게 맞지만 예제를 위해…)
  • 계산을 수행하기 위한 메소드는 2차원 좌표를 기술할 수 있는 Point 객체의 배열을 받는다. addPoint등을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게 하면 테스트 코드를 작성하는게 번거로워진다. 테스트 자체를 통해 메소드의 사용성을 평가하고 쉽게 사용할 수 있는 방향으로 메소드를 설계한다.

여기까지를 정리했다면 이제 메인 코드를 작성할 때이다.  이클립스나 IntelliJ에서 제공해주는 Code Complete 기능을 사용하면 순식간에 찍어낸다.  위 두가지 과정에서 볼 수 있는 건 우리가 작성할 코드의 방향과 형태를 테스트를 작성해봄으로써 끌어냈다라는 것이다.  이것이 Test Driven의 진정한 모습이다.

이제 실패하는 테스트를 통해 로직을 완성하면 된다.

나누고 끄집어내라

자 우리의 말썽많은 고객분께서 요구 사항을 바꿨다.  2D 세상에 만족을 못하고 3D 세상에서도 거리를 계산해달라고 한다.  테스트를 다시 한번 살펴보자.

  WHEN: {
    ...
    actualDistance = calculator.distance(new Point[] { start, end });
    ...
  }

distance 메소드가 수행하는 역할(Responsibility)를 정리해보자.

  • 인접한 두 Point 간의 거리를 계산하고,
  • 계산된 결과값의 합을 구하는 역할을 한다.

2D, 3D일지의 문제는 첫번째 “인접한 두 포인트간의 거리”에만 영향을 미친다. 나머지 기능은 원래 distance 메소드가 수행하는대로 하면 된다. 두 점 사이의 거리 계산 부분을 수행하도록 Point 객체에게 위임해버리면 된다.

한방에 끝낼려고 하지 말자

인접 점들 사이에 거리를 어떤 방식으로 distance 메소드내에서 수행되어야 할지를 결정해야 한다. 이걸 어떻게 할지를 테스트를 통해 적절한 구조와 로직을 찾아보자.

public void Space2DPointTest {
  @Test
  public void should2DPointCalculateDistnaceWithOhter() {
    final Point p1;
    final Point p2;

    GIVEN: {
      p1 = new Space2DPoint(0, 0);
      p2 = new Space2DPoint(0, 1);
    }

    final float actual;
    THEN: {
      actual = p1.distance(p2);
    }

    final float expected = 1.0f;
    THEN: {
      assertThat(expected, is(actual));
  }
}

테스트 코드를 통해 포인트에 대한 구조를 아래와 같이 잡으면 된다는걸 알 수 있다.

  • Point라는 인터페이스를 둔다.
  • 인터페이스는 Point 객체를 파라미터로 받는 distance라는 메소드를 정의한다.
  • Space2DPoint 클래스는 Point 인터페이스를 구현한다.

비슷한 맥락에서 Space3DPoint에 대해서도 테스트 클래스를 작성해보자. 두 테스트에서 동일한 구조로 동작이 가능함을 확인한다.

확인이 완료됐다면 다시 원래의 CalculatorTest 클래스로 돌아가 이를 수정한다. 현재까지 작성된 테스트들의 관점에서 우리는 GIVEN 영역을 아래와 같이 수정하면 된다.

  GIVEN: {
    start = new Space2DPoint(0, 0);
    end = new Space2DPoint(0, 1);
  }

그리고 원래의 Calculator.distance() 메소드를 아래와 같이 변경한다.

public float distance(Point[] points) {
  ...
  for (int i=1; i<points.length; i++) {
    distanceSum += points[i-1].distance(points[i]);
  }
  ...
 return distanceSum;
}

흠… 이 과정이 리팩토링이다. 알흠답다. ^^;

끝날때까지 끝난게 아니다.

여러분이 만드는 서비스/제품이 계속 사용자들을 만난다면 여러분의 개발은 끝난게 아니다.

변화는 필수적이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테스트와 이에 상응하는 리팩토링 역시 지속되어야 한다.  이 과정을 반복함으로써 여러분의 코드의 날이 날카롭게 빛날 것이다.

 

ps. 조금 더 긴 프로그래머틱한 글을 이전 블로그에 올려둔 게 있다.  내용이 썩 맘에 들진 않지만 그래도 노력이 있으니까 한번 봐주길 바란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이 글도 제대로 손을 봐야할 듯 싶긴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