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의 성장을 바탕으로 조직이 성장하려면 심리적 안전이 필수다. 프로 팀 구성원의 한 사람이라면 실패라는 부담을 이겨야 최고가 될 수 있다는 믿음과 함께 원 팀(One Team)으로 결과를 만들어 내야 한다. 조직 관점에서는 성장하는 조직 단계와 규모를 이룬 조직 모두에서 위임이 필연적으로 동작해야 하고, 위임이 동작하려면 심리적 안전이 필요하다.
프로 팀의 팀 플레이에서 강조되는 것은 많은 대화다. 대화를 통해 각자의 움직임이 팀 플레이에 효과적인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위임 과정에서도 구성원과 리더 사이에 적극적인 소통이 있어야 한다. 위임받은 구성원이 소통없이 독단으로 결정한 결과들이 엉뚱하게 나무의 줄기 혹은 뿌리 수준의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우에 따라 조직이 입는 피해도 클 뿐만 아니라 자칫 결정한 구성원 본인과 위임한 리더 역시 심각한 상처를 입는다. 특히 심리적 안전 장치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면 그대로 낭떠러지로 떨어져버릴 수 있기에 이런 낭패를 피하려면 지속적인 대화가 필요하다.
짧은 대화, 많은 대화를 통해 우리가 만들고자 하는 것은 소통과 공감이다. 그러나 소통을 통한 공감에 앞서, 구성원이 리더에게 다가오는 것이 필요하다. 구성원 입장에서 잘 알지도 못하는 리더가 찾아오면 무의식적으로 심리적인 가드가 올라온다. 가드가 턱만큼 올라왔다면 제대로 된 소통이 이뤄질 수 없기에 리더가 본인의 팀과 리딩하는 팀 구성원을 알기 위한 노력을 보여줘야 한다. 관심을 두고 노력해서 아버지가 뭐하시는지 알아야 한다. 또한 리더 스스로 약점이 있는 인간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완벽하지 않기에 팀 동료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이끄는 구성원에게 위임을 요청하는 것이다. 리더가 너무 높은 사람이거나 완벽해버리면 구성원 입장에서는 다가가기 어렵다.
리더는 구성원이 다가갈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나도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당신이 도와줬으면 한다.”는 이야기를 해야 한다. 구성원 입장에서도 “구멍 많은 리더를 내가 도와야지!”라는 생각이 나올 수 있다면 최선이다. 물론 역할 차이로 누군가는 지시를 하고, 누군가는 지시를 받는다. 하지만 지시의 의미가 명령이라면 따르는 사람은 지시 받은 만큼의 결과만 추구할 것이다. 지시를 있는 그대로 받아 실행하기 보다는 지시의 의미와 근원적 문제 해결을 고민할 수 있으려면 구성원이 리더를 이해하고 공감해야 한다. 그리고 구성원이 공감할 때 제대로 된 문제 해결 방안과 노력을 보여줄 수 있다.
리더가 구성원을 이해하고 공감해야 하는 만큼, 구성원 역시 리더에게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 상황에 대한 최대한의 정보가 공유되고, 리더 역시 이를 바탕으로 구성원과 솔직하게 이야기해야 한다. 리더의 솔직함을 어느 정도로 구성원이 받아들일지는 미지수지만 사실을 사실대로, 리더의 느낌을 느낌대로 솔직하게 전달하려고 노력하면, 구성원이 리더의 이야기를 진정성있게 들어줄 가능성이 높아진다.
개인적으로 시니어 리더십을 맡은 이후 AMA(Ask Me Anything)을 이어오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회사에서 벌어지는 주요 이슈를 최대한 공유하고, 현안에 대한 구성원의 질문에 사실과 개인 의견임을 전제로 이야기하는 시간은 개인적으로도 매우 소중하다. 구성원이 가진 생각을 질문을 통해 듣고, 조직의 리더 입장과 더불어 한 사람의 생각으로 답하는 것이 조직 구성원과의 친밀감을 쌓는 방법이라 믿기 때문이다.
심리적 안전 장치를 완성하려면 구성원이 리더를 한 명의 사람으로 인식하는 것이 필요하다. 사람과 사람으로 소통하고, 소통 과정에 솔직함이 있어야 다가가기 어려운 사람이 아닌 약점이 있는 개인으로 인식될 수 있다. 소위 작위적인 이야기는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경직과 긴장을 만들어내고, 방어적 태도를 갖게 한다. 그저 한 사람으로 이야기하고, 알고 있는 사실과 본인의 느낌을 정제된 언어로 전달해주는 것만으로도 구성원에게 진정성을 전달할 수 있다. 하지만 리더라는 직책의 무게는 솔직함을 감추고, 냉철하고 준엄한 태도를 강요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우리가 팀 플레이를 추구한다면, 우리를 있는 그대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친한척 하는 친밀함이 아닌 진정한 친밀함(Radical Candor)이 있을 때, 리더의 심리적 안전 장치가 실질적인 구성원을 위한 안전 장치로 동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