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는 누구의 몫인가?

2027년까지의 변화 전략을 수립하면서 예상한 가장 큰 어려움은 변화 자체를 구성원들이 인식하게 만드는 것이다. 1년여 사이에 수립한 전략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느낀 가장 큰 괴리는 임원분들한테 정말 많이 이야기를 했는데, 팀장까지만 내려가도 모른다는 것이다. 어라?

본사 팀실장들을 모아놓고 변화 전략을 이야기한 이유이기도 하다. 그리고 한 발 더 나아가 지방 사업장을 중부와 남부로 나눠 이야기를 떠들었다. 물론 이런 한번의 이야기로 뻔한 이야기가 뇌리에 모두 박힐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리고 박히기만 해서도 변화는 이뤄지지 않는다.

변화는 누구나 두렵다. 인간이란 존재가 그런 존재다. 익숙한 것에서 벗어난다는 것에서 “왜 내가 벗어나야 하는거냐?” 라는 항의성 질문은 언제나 존재한다. 그럼에도 실질적인 변화는 그걸 해야한다고 대다수가 받아들일 때 실체화된다. 대다수가 받아들일려면 그들이 믿을 수 있는 일말의 증거가 있어야 한다. 저걸 해야 나에게 이득이 된다는. 인간의 이기적인 유전자는 자신의 이익이 담보되야 행동을 유발한다. 도움된다는 것을 실제로 보여줘야 믿고 그나마 행동한다.

지방 사업장에서 팀원들의 이야기를 조금이라도 들어보니 더욱 그러하다는 것을 다시금 알게된다. 인간은 이기적이다. 그러므로 변화를 이끌려면 멱살을 잡아 밖으로 끄집어내야 한다. 기술 전략이 잡는 멱살은 기술로 된다는 것을 증명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현실의 실체에 적용했을 때 도움이 된다는 것을 말이 아니라 결과로 보여주는 것이다. 제대로 된 멱살이 필요하다.

변화는 통합혁신센터장의 몫이 아니다. 그 몫은 회사 전체 구성원이어야 한다. 구성원을 설득해내는 것이 변화를 이니시한 나의 몫이고 멱살을 잡는 것이 내가 이끄는 조직의 몫이다. 하지만 실제 회사의 변화는 모든 구성원의 몫이다. 모든 구성원이 적어도 듣게는 만들겠다. 듣고 본 좋은 것을 어떻게 다룰지는 구성원 본인들이 판단할 몫이다. 참여할지 아니면 살아왔던 그길을 그냥 가실지.

본인들이 살던 길이 맞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을 억지로 등떠밀 생각은 추호도 없다. 듣고 보고 확인했음에도 하기 싫다면 그들은 그들의 리그에 있으면 그뿐이다. AI가 왜 도움이 되는지 비기술직군에 있는 나는 이해할 수 없고, 왜 써야하는지도 모르겠다는 분들을 설득할 생각은 없다. 이제부터 이해는 각자의 몫이다. 보여준 걸 믿을지 말지, 행동할지 말지만 스스로 결정하면 그뿐이다.

회사가 감당할 몫은 앞으로 더 커질 것이다. 다만 구성원으로 회사의 역할에 각자가 충실한 AI 시대의 1인분 역할을 해주길 기대한다. 변화는 그 인식에서 시작한다.

오른손은 구성원이고, 나는 왼손으로 거들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