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lack as a slack – 슬랙을 슬랙답게 쓰자

일상 생황에서 여러 메신저 어플을 사용한다. 개인적으로는 전직장 사람들과는 라인으로 연락하고, 그외 일반인들과는 모두 카톡으로 개인적인 연락을 취한다. 하지만 회사 일과 관련된 연락은 슬랙(Slack)이라는 메신저를 통해 연락을 주고 받는다.

상사 갑질 이야기가 나올 때 항상 나오는 단골 이야기꺼리가 “단톡방”이다. 회사 업무를 위해서 단톡방을 만들고, 업무 이야기를 한다. 근데 그 단톡방에 포함이 안되면 “왕따”가 되는 것이고, 그렇다고 일원이 되면 일상이 피곤해진다. 일 이야기도 아닌 시덥지도 않은 이야기를 던지는 상사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서 “ㅎㅎㅎㅎㅎ” 혹은 “ㅋㅋㅋㅋㅋㅋㅋ” 를 본인의 증빙으로 남겨야 한다. 더불어 읽음 카운트가 주는 부담감에 눌려 살아야 한다. 와중에 업무 시간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시도때도 울려대는 “깨톡깨톡” 이런 소리는 사람 짜증나게 한다.

그렇다고 카톡이나 라인이 잘못하는 건가? 절대 아니다. 카톡은 원래부터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사람들끼로 모여서 이야기하라고 단톡방이라는 것을 만들어줬을 뿐이다. 왕따라는 부작용이 나타나긴 했지만, 나름 그 사람들끼리는 이런 방식으로 알림과 이야기의 전달이라는게 의미가 있다.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사람들이니까.

잘못된 건 개인적이지도 않은 회사 사람들이 카톡으로 회사 업무를 이야기한다는 것이다. 바로 단톡방을 업무용으로 쓰자고 처음 생각해낸 사람의 잘못이다. 일단 내가 관심도 없고 상관도 없는 이야기가 단톡방에서 오고가는데, 그 이야기 알람을 내가 받을 필요가 1도 없다. 하지만 울려댄다. 끌수도 없다. 내가 필요한 정보 혹은 일에 대한 요청이 언제라도 이야기될 수 있으니. 그렇다고 관심있는 사람들끼리 이야기하는 새로운 단톡방을 만들면? 그럼 다른 사람들이 단톡방이 하나 더 있다고 민감하게 받아들인다. 새로운 단톡방에 빠진 사람들은 자신이 왕따가 된 기분을 느낄 수도 있다.

사람과 사람의 사교와 연결을 위한 개인용 메신저는 분명 일에는 스타일에는 잘 어울리지 않는다. 그래서 업무에 최적화된 업무용 메신저들이 따로 존재한다. 실제 기능적인 요구 사항에서 많은 차이점이 있기도 하지만, 그 이외에도 회사의 내부 기밀 정보가 일반인이 다루는 정보와 무분별하게 섞여서 관리되는 환경에 방치한다는 것도 어색하다.  물론 카톡이나 라인의 데이터 관리 및 보호(암호화) 수준은 최상급이다. 하지만 최악의 경우에 문제는 발생하기 마련이고, 그 경우에 대한 대비 혹은 대응을 해줄 수 있는 시스템이 있다면 그걸 거절할 이유가 없다.

업무용 메신저는 따로 사용해야한다. 큰 기업인 경우 자체적으로 사내 메신저를 만들어서 사용하는 케이스를 본다. 네이버의 경우에도 사내 메신저를 PC부터 모바일까지 죄다 자체적으로 만들어서 사용했었으니까. 하지만 쓸 회사가 자체적으로 만들어 사용하는 것은 정말 비추다. 특히 한국 기업들에서 이런 방식으로 참으로 독창적인 짓들을 많이 하는데, 걍 있는거 계약 잘 맺어서 썼으면 좋겠다. 완전 뻘짓이다.

몇가지 메신저를 봤지만, 기업용 메신저의 끝판왕은 슬랙(slack)인 것 같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그 가운데서 가장 독보적인 이유는 차별화된 알림 서비스이다. 자신이 알림을 받는 경우들을 기본적으로 몇가지 설정에 따라 아주 상세하게 구분해놓을 수 있다. 개인의 전역 설정으로 이를 조정해 둘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채널” 이라는 소위 단톡방 단위별로 이를 설정할 수 있다. 본인을 콕 찍어서 메시지를 보낸 경우 거의 대부분은 이를 알림으로 설정하지 않는다. 채널에 있는 전체를 지목(@channel)하거나 현재 온라인으로 연결된 사람들(@here)을 부르는 경우에도 무조건 받는 것은 아니라 선택할 수 있다. 더욱 더 획기적인 건 모바일과 PC에서 받는 알림의 수준도 가를 수 있다. 물론 필요에 따라 채널을 마음대로 만들 수 있고, 그 채널에 다른 사람들을 맘대로 초대할 수 있다. 더구나 그 채널은 기본적으로 모두에게 공개된 채널 방식으로 생성된다. 누구나 채널을 찾아볼 수 있고, 그 채널에 가입해서 오고간 내용들을 살펴볼 수 있다. 물론 Private 채널로 만들면 검색도 안되고, 아무나 들어올 수 없지만.

이런 설정 방식이 복잡하고 불편하지 않냐구? 오~~ No! No!! 당신이 알람을 받지 않을려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그 중 첫번째 이유는 퇴근이다. 그리고 휴식이다. 휴식을 취하는 시간에 오는 연락은 정말 짜증이다. 정권이 바뀐 다음에는 이걸 금지하고 있다. 마땅히 그래야한다. (내가 이런 말을 할 자격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좌우당간 PC 버전을 설치해놓은 당신은 일하고 있음을 증명한 거다. 알람 칼같이 온다. 모바일 버전은??? 깔아는 둬야겠지? 하지만 왠만히 연락 안되면 문자한다. 것도 아니라면 전화를 하던지… 당장 급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굳이 슬랙 메시지를 보내고 연락이 안된다고 성화인 사람! 스마트 폰의 본연의 기능인 전화 기능을 사용해라.

업무용 슬랙을 잘 사용하는 방법을 좀 적어보자.

  1. Public channel에서 이야기한다.
    업무용 메신저의 가장 큰 목적은 일하는데 필요한 정보를 나누는 것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정보는 일에 관심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유익하다. 이 유익한 정보에 대한 접근에 대한 제한을 굳이 둬야할 이유는 없다. 재무나 경영상의 정보와 같이 민감한 정보가 아니라면 모든 걸 회사에 있는 사람들이 접근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게 옳다. Public channel은 검색이 대상이 되기 때문에 필요한 정보들을 슬랙 수준에서 찾아보는데에도 아주 유용하다.

     

  2. Private channel을 가급적 만들지 않는다.
    하지만 정말 아무나 들여다보면 신경이 쓰이는 정보들이 있다. 그런 정보들의 경우에는 제한된 사람들이 보는게 맞고 그런 사람들을 위해 Private channel이라는게 있다. 하지만 두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정말 필요한지. 뭔가 숨길만한 꺼리가 아니라면 Public channel로 채널을 유지하는게 맞고, 정히 숨겨야할 이야기라면 따로 이야기한다.

     

  3. 따로 이야기하지 않는다.
    왠만하면 DM(Direct messaging)을 사용하지 말라는 이야기다. 회사에서 주고 받는 대화는 대부분 일에 관련된 것이다. 일에 관련된 게 아니면 DM을 사용하거나 카톡을 사용하는게 맞겠다. 가쉽꺼리를 원한다면 카톡으로 가서 친구들이랑 이야기해라. 그리고 그렇게 쫄리는 이야기라면 회사에서 안하는게 좋다.
    한가지만 좀 더 첨언하자면, 임시로 이야기를 해야하는 경우에도 카톡에서 단톡방 만들듯이 꼭 사람들 불러모와서 DM 채널을 만드는 경우가 있다. 그거 알람 공해를 유발한다. 가능하면 그런 일을 하지 쓸데없는 신경을 덜어주는 배려가 아닐까 싶다. 멀쩡히 있는 채널 공간에서 이야기하는게 좋다.

     

  4. 하나의 주제로 모아져야 할 필요가 있을때는 쓰레드(Thread)로 글을 모은다.
    보통은 하나의 채널에서 특정 이슈에 대해 집중된 방식으로 논의를 하는 경우에 쓰레드(Thread)를 이용한다. 쓰레드는 영어 단어 그대로 특정 이슈에 대한 메시지들의 실타래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래서 관련된 이야기들이 하나의 내용으로 논의되고 일에 대한 이슈 제기와 끝이 모두 하나의 글의 실타래에서 마무리된다. 1~2주 전까지만해도 쓰레드에 이미지를 첨부할 수 있는 기능이 없어서 참으로 안타까워했는데 지난주부터 이미지가 들어가기 시작했다!!!!

     

  5. 어플들을 활용해라.
    개발자들이 사용하는 거의 모든 도구들이 연동된다. Jira, Git, Jenkins, Favro,… 그래서 개발자들이 슬랙을 좋아하는 것 같다.
    어플을 연동해둬야 하는 이유는 심플하다. 관련된 정보들을 슬랙 채널에 모으기 위해서다. 새로운 이슈가 생기던 진행되던 상태의 변화가 있던 모든 내용이 업무 채널에 존재한다. 그리고 그걸 화두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얼마나 멋진가?  그리고 이렇게 모아진 정보들에 대해 슬랙은 멋진 검색 기능을 제공한다. 적절한 검색 필터를 활용하면 효과적으로 자신의 정보를 찾을 수 있다.

     

  6. 슬랙은 업무용이다. 이점을 잊지 말자.

아무래도 마지막 내용이 가장 중요한 내용이 아닐까 싶다. 업무 용도로 쓰라고 하더라도 카톡을 쓰던 버릇을 그대로 옮겨와서 슬랙을 카톡이랑 동일하게 쓰시는 분들이 있다. 같이 일하는 동료에 대한 피해이고 같은 말 여러번 반복해서 굳이 짜증을 유발시킨다. 일을 투명하게 진행하는 여러분들이라면 커뮤니케이션도 당연히 투명하게 해야하는거 아닐까?

슬랙의 채널을 운영하는 방식은 현재까지의 느낌으로는 다음과 같은 채널 운영 정책을 가지면 될 것 같다.

  • 팀/조직 채널 – 개인이 속한 팀이나 조직의 채널을 생성한다. 가급적이면 해당 채널은 해당 구성원들 위주로 구성되는게 좋다.
  • 업무 문의 채널 – 팀 외부의 사람들이 팀에 업무에 대해 물어볼 일이 있다. 근데 팀 채널에 그 사람들이 들어와서 이야기하는 것도 좀 그렇고, 그렇다고 하지 말라는 DM을 매번 같은 사람에게 날리기도 뭐하다. 이런 경우를 위해 누구든 들어와서 팀에 대해 궁금한 점들을 질문한다. 그럼 팀의 구성원들이 해당 질문을 보고, 답변을 남긴다. 이 경우 보통은 답변 담당자를 두고, 해당 담당자는 채널에 올라오는 모든 메시지들을 알람으로 받는다. 모든 메시지가 신규 메시지로 넘어오면 것도 많이 피곤해진다.  그래서 질문은 메시지로 남겨지지만 그에 대한 답변은 쓰레드의 형태로 답변을 진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 목적 채널 – 특정한 이벤트 혹인 목적을 가진 사람들의 토론이나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다고 하면 그때마다 채널을 만들면 된다. 하지만 채널이 많아지면 실제로 필요한 채널을 손쉽게 찾는게 어려워진다. 그래서 이런 목적을 달성한 채널의 경우에는 어카이브(Archive)라는 기능으로 보관해둔다. 어카이브됐다고 하더라도 검색과 읽기는 모두 되기 때문에 채널에서 주고받은 이전 내용들을 찾아보는데는 문제없다.

기본적인 운영 정책이지만, 이 방식으로 채널을 유지한다면 상당히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다.

만약 당신 회사에서 업무용 메신저로 깨톡을 사용한다면… 당장 슬랙으로 바꾸길 권한다. 슬랙이 아니더라도 이와 유사한 국산 업무용 메신저들도 존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가능하면 벤치마킹해서 단톡방 공해에서 벋어날 수 있도록 배려를 해주면 좋겠다.

하지만… 슬랙을 좀 쓰다보니 과도한 업무 집중으로 인한 폐해도 발생한다. 이런 부분을 어떻게 극복할지에 대해 간단히 정리한 후속글이 있으니 이 내용도 같이 참고해보면 좋을 것 같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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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Pingback: 배려있게 Slack 사용하기 – Dreaming for the Fu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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