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tonomy – 자율, 자율조직이란?

자율(Autonomy)이라고 이야기를 했지만… 사실 꼬치꼬치 “이렇게 하세요, 저렇게 하세요!”라는 각론에 대한 지시를 싫어한다. 개인적인 성격이다. 목적지만 정해지면 그리로 가면 되는거지. 부산가는데 꼭 천안, 대전, 대구를 거쳐갈 필요는 없다. 하지만 왕왕 천안, 대전, 대구에 목숨거시는 분들이 있더라. 모로가도 부산만 가면 된다.

포장하자면 자율적으로 일하는 방식을 좋아한다. 자율적 방식은 나의 혹은 확장하면 팀의 방식으로 일을 계획하고 진행하고 마무리하는 것이다. 어찌되었든 “일”이라는 것은 있다. 그리고 일의 종착지는 결과다. 결과를 만드는 것이 우리의 몫이라면 과정은 진행하는 사람들이 정할 수 있어야 한다.

과정이 실제 흘러갈려면 그 선택에 대한 인정 혹은 존중이 있어야 한다. 과정이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다만 그 과정이 물 흐르는 것처럼 자연스럽길 원한다. 물론 대부분 장애물을 만나서 굽이치고, 심지어 몇십미터 폭포를 지난다. 이런 경험을 거치다면 보면 자연스러움이 과정에 스며들 것이다. 그래서 자연스러워질 것이다.

물론 인위적인 시스템으로 만들어진 물길도 있다. 사람이 만든 운하같은 물길처럼. 운하의 물길은 쭉 뻗어있다. 물론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이를 움직이는 체계 혹은 시스템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물길은 만들어야 한다. 누구나 짐작하듯이 정말 큰 비용이 들어간다.

자율, 어렵다.

우리는 일을 한다. 그리고 일의 과정이 빠르게 결과를 만들어내길 기대한다. 성공이든 실패든. 이 “과정”이 자연스럽고 막힘없이 흘러간다면 인정하고 존중할 수 있다. 이것이 자율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물론 자율적으로 일한다는게 말처럼 되는 건 아니다. 언제나 어디서나 장애물은 존재한다. 장애물을 만났을 때 우리는 “결정”을 해야한다. 사실 우리의 성장 과정이나 교육 시스템은 스스로 결정을 많이 허용하지 않았다. 혹은 스스로 결정하지 않아도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이런 환경에서 성장한 사람들에게 스스로 결정해서 일을 하라는 건 말 그대로 도전이다.

이런 이유로 많은 사람들이 사전에 정해진 규칙을 요구한다. 혹자는 이 상황을 즐겁게 받아들이는 반면 “짜여진 시스템이 없는데 어떻게 일을 하라는 말이냐!” 라고 반문하는 분들도 많다. 특히 이런 분들 가운데 다수는 결정뒤에 따라올 미지의 결과를 상상하는 것 자체를 고통스러워한다. 물론 이런 분들을 위한 시스템을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사람을 움직이는 시스템은 운하와 같은 물길과는 다르다. 생각하는 존재인 사람은 물과 같지 않기 때문이다. 때문에 시스템은 완벽할 수 없고, 그 체계 안에서도 우왕좌왕하기 일쑤다.

이런 고통을 극복한다고 하더라도 결정의 범위가 개인의 역량을 넘어서는 경우가 왕왕 있다. 사실 “결정한다 = 책임진다” 라고 생각한다. 조직에서 구성원 개인이 책임질 수 있는 범위는 매우 매우 제한된다. 본인이 “너가 뭔데?” 라는 질문에 당황할 수 밖에 없는데… 이때 필요한 것이 리더다.

그래서 리더는

자율 조직에서의 리더는 방향을 제시하고, 그 방향에 맞춰 구성원들이 각자가 필요한 결정을 내리도록 돕는다. 결정과 예상되는 결과에 대해서도 조언한다. 그리고 구성원의 결정을 존중하고 이를 지지해주며 최종적으로는 이를 책임진다. 이는 리더의 경험과 지혜에서 발현되는 것이다. 리더는 지식이 필요하지만 지식이 리더를 만드는 것이 아닌 이유다.

이 과정에서 리더는 결정을 돕는 사람이어야 한다. 구성원이 스스로 내린 결정하고, 스스로 책임감을 가지고 결과를 만들기 위해 행동하는 것. 이래야 구성원은 내적 동기를 가지고 행동할 수 있고, 스스로 만들어낸 결과는 스스로의 자부심을 배가시킬 수 있다.

물론 결정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충분한 정보가 필요하다. 리더는 구성원이 충분히 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고, 필요한 적정 수준의 정보를 제공한다. 과도한 정보는 오히려 독이 되므로 넘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 이를 통해 도출된 결정이 어느 정도 합리성이 있다면 이를 존중하고, 실행될 수 있도록 뒤받침을 하면 된다. 성공은 결정하고 실행한 구성원의 몫으로, 실패는 리더가 책임진다. 이런 모습이 아름답다.

결정은 항상 누구에게나 어렵다. 대부분 이 결정을 위해 많은 신중한 토론이 있다. 리더는 이 과정을 잘 관찰해야 한다. 사람 사이의 토론은 결론없이 공회전하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에는 합리적인 방안을 리더가 참여자들을 대신해서 결정할 수 있다. 충분한 시간의 논의와 의견 교환이 있었다면 결정을 내려야하고, 리더가 결정한다. 리더의 결정은 존중받아야 하고, 실행되어야 한다.

자율 기반의 조직이니 당연히 참여자들간의 토론을 통해 결정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를 듣는다. 좋은 지적이지만 토론만 하고 있을 수 없다. 우리는 결정 이후에 이어지는 실행이라는 시간을 거쳐야한다. 실행 시간 역시 결과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다. 이 전반의 상황과 진행을 관리하는 것이 리더의 역할(권한)이고 책임이다.

간혹 자율 기반 조직에서 모두가 평등하기 때문에 동의할 수 없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다. 예를 들어 자신이 주장이 합의된(혹은 리더가 결정한) 의견이 고객 가치에 반한다며 수긍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예시이긴 하지만 딱 고객 가치를 무기화(Weaponize)하는 경우다.

정말 본인의 주장이 옳다고 생각한다면? 모든 조직에는 체계가 있다. 상위 리더에게 이야기하면 된다. 다만 이 주장이 조직 체계를 통해 납득되기 전까지는 리더의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

자율적이면 빨라질까?

자율적으로 의사 결정하고, 일이 진행되면 정말 빨리 진행될 것이라고 생각하나? 정말??

사실 일이 빨리 진행되는 조직은 군대가 아닐까? 왜? 지시가 위에서 떨어지고, 떨어진 지시를 실행하면 되는 조직이 군대이기 때문이다. 이 조직에서 지시에 대한 반문은 (거의)없다. 하지만 우리가 군인은 아니니까.

우리는 결정을 해야한다. 혼자 하는 결정이라도 생각을 해야한다. 우리는 호모사피엔스니까. 하물며 팀이 결정해야 하는 경우라면, 결과로 도출해야할 “가치”를 어떻게 실행할지 결정하는 과정에서 적절한 토론과 논쟁은 필연적이다. 시간은 필수다.

하지만 이 과정을 거쳐 자율에 대한 의미가 조직 전반에 공감되면… 그때 소위 속도가 나온다.

“자율적”이 되는 건 매우 어려운 도전이다. 토론과 논쟁도 어렵고, 이것들이 학습이라는 과정을 통해 내재화되어야 한다. 또한 시간은 매우 큰 변수다. “자율적”인것에 대한 기대감이 주는 중압감도 매우 크다. 시간이라는 변수와 함께. 따라서 조직의 합의와 함께 리더십으로부터의 지원이 필요하다.

 

자율 조직을 일단 정의했고, 실행중이다. 과연 이 결론이 이 그래프의 상향점을 향할지는… 현재 진행형을 완성형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다 방면의 투자가 더 필요하다. 가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