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딩을 할려고 마음먹을 때마다 처음 하는 일이 있다. 내가 사용하게 될 IDE에서 제공하는 단축키(Shortcut) 외우기. 다시 코딩을 시작하자 마음먹었던 네이버 입사 첫시절에도 그랬고, 라이엇 입사 초기에도 마찬가지였다. 이쁘게 정리된 단축키 목록을 모니터 옆에 붙혀뒀다. 이렇게 보면 아재 감성 충만하다. 나중에 알게됐지만 “Cmd + ?” 키가 단축키 목록이었다는… 일주일 정도는 지하철 출퇴근 길에 진심으로 외웠다. 필요하면 찾으면 됐지만, 그 찾는 시간조차 (과격한 표현으로) 짜증났다.
단축키를 본인 나름으로 커스텀(Customize) 셋팅으로 맞추는 분들도 있지만, 가능하면 순정(??) 그대로 사용한다. 그래도 처음에는 나름 개인화 작업을 했는데, 문제가 있었다. 첫째는 노트북이나 PC가 바뀔때마다 일일히 셋팅해줘야 한다. 물론 설정 export/import로 대부분 해결되지만 암튼 해야한다. 두번째, 어찌보면 가장 결정적인 문제인데 다른 개발자와 단축키를 가지고 이야기를 할 때 문제가 된다. 다른 친구한테 “이렇게 이렇게 수정해줘.” 라고 이야기할 때 가장 쉬운 방법이 단축키 뭘 눌러서 입력해 하는 거다. 근데 나만의 단축키라면 그 친구 IDE에서 이게 동작할리없지… SI 시절에 단축키를 커스텀으로 썼는데, 간단한 코드 수정이 전화상으로 이렇게 힘든 일인걸 세삼 알았다. 그 이후로는 순정만 쓴다. 세상을 바꿀게 아니라면 내가 바뀌는게 맞지.
아이언맨도 동굴에서 단축키를 적용했다는 걸 보면… ㅎㅎ
진심 깝깝한 순간
코딩 과정을 보면서 정말 깝깝함이 찾아오는 순간이 있다. IntelliJ 혹은 Eclipse 같은 IDE를 쓰는 분이 진심어린 자세로 마우스로 기능을 찾아가는 경우다. 한땀한땀 메뉴 트리를 탐색하거나 이쁘게 나열된 버튼을 누르는… 빌드(Build)나 실행(Run), 메소드 드릴다운(Drill Down)하거나 참조 영역을 찾아내는 “정말 흔하게 사용하는 기능들”을 이런 방식으로 사용하면 속에서 천불이 난다.
한번은 신입분이랑 간만에 페어(Pair Programming/Coding)를 한 적이 있었다. 따로 온보딩이나 이런게 있었던 건 아니라서 세상 좋은 말로 코딩을 시작했다. 초반에는 내가 키보드를 잡았고, 기존 코드를 IntelliJ를 사용해서 설명하면서 코드 추가를 진행했다. 한시간쯤 이후에 키보드를 신입분에게 넘겼다.
어라 마우스를 쓰네? 근데 탐색이나 파일 열기등 기본적인 동작인데도 왜 마우스를 쓰지?
IntelliJ를 써보지 않았는지를 먼저 물었다. 대부분 이클립스 위주로 학생들이 사용하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그럴 수 있었다. 개발자는 왜 키보드에서 손을 덜 떼는게 중요한지, 그래서 단축키를 써야한다고 이야기해줬다. 그리고 개발자의 최고 편집기는 vi(m)이라는 진심도 이야기했다. 몇 일 기능 추가할 일이 있어서, 신입과의 페어는 계속됐다. 키보드를 주고 받았는데, 그 친구가 잡을때마다 자꾸 마우스를 썼다. 낭낭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해줬는데도 계속 마우스를 쓴다…
마우스 쓰지 말란 말이야!
살면서 이정도로 소리쳐본적이 없었다. 근데 이정도 이야기했으면 말귀를 알아들었어야지! 단축키의 의미는 충분히 설명해줬는데, 이건 마우스 쓰겠다는건데… 참다참다 화가 폭팔했다.
대차게 신입을 깠다. 내가 설명해준 거 이야기해보라고 하고. 선배들이랑 같이 일을 할거면 내일까지 기본 단축키 다 외워서 오라고. 화난 목소리에 정색을 섞어서 이야기를 하니 사무실이 갑자기 조용해졌다. 웅성웅성했다. (덧글: 많은 분들이 이 글을 읽어주셔서 사과는 바로 그날 했습니다. 물론 사과 후 왜 이렇게 분위기 어색한 분위기를 만들었는지 도움이 될거라는 이야기도 해줬습니다. 그렇다고 혼난 신입분도 이 기억을 잊지 못한다는건 압니다. 다만 단축키를 저보다는 질쓰고 있다고 이야기하시니 만족합니다.)
이랬던 신입이 1년이 지난 어느 즈음에 “어 토니님, 마우스 쓰시네요?” 라는 이야기를 하면서 지나갔다. 많이 컸네!!!
개발자, IDE에서 마우스를 쓰면 안된다.
개발자가 IDE를 쓰는 이유는 코딩하기 위해서다. 머리속에 있는 아이디어를 코드로 타이핑치면서 내려간다. 가능한 그 사이에 방해가 없이 써 내려가는게 좋다. 페어를 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둘 사이의 이야기를 우선 적어내려가는게 먼저다. 그리고 이걸 리팩토링한다. 당연히 단위 테스트가 곁들여지면 더욱 키보드에서 손이 떠날 일이 줄어든다. 이 사이에 두 손이 키보드에 머무는 위치가 변함없어야 가장 효과적이다. 사실 키보드의 화살표를 누르기 위해서 오른손 위치를 변경하는 것조차 낭비다.
키보드 위의 두손이 자연스럽게 아이디어를 기록하는 이 모습이 될려면 IDE 안에서 이뤄지는 것들이 키보드만으로 처리되야 한다. 여기에 흐름이 끊기지 않을려면 코딩 이외의 동작들, 예를 들어 찾기, 탐색, 일괄 변경 등은 과정 역시 한 호흡으로 이뤄지는게 최선이다. 이럴려면 연마해야하는 것이 단축키고 참아야 하는 것이 마우스다. 무엇보다도 큰 유혹은 마우스다. 하지만 타이핑을 치는 과정에서 마우스를 쓰게 되면 흐름이 끊긴다. 키보드를 오른손(혹은 왼손)이 떠나서 한참을 방황 후 다시 자리를 잡는데까지 오래 걸린다. 장황한 표현이긴 하지만 실제로 키보드를 다시 칠 수 있는 위치에 오기까지 오래 걸린다. (한번 측정해보면 안다.) 그리고 이걸 참고, 제대로 양손 위치 고정을 이룰려면 단축키를 외우고 익숙해져야 한다.
장황했지만 무엇보다도 현실은 시간이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일상처럼 사용하는 기능을 찾아서 실행하기 위해 굳이 시간을 낭비할 필요가 뭐 있나? 빠르게 실행하고, 결과를 확인하고, 필요하다면 수정까지 가장 짧은 시간안에 해결하야지. 실제로 앞서 이야기한 마우스를 쓸때 버려지는 시간들을 단축키를 통해 모아보면 개인별 생산성에 꽤 많은 영향을 준다. 이건 개발자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각종 그래픽 툴을 사용하는 디자이너의 경우에도 협업 가능한 수준의 UI/UX를 만들어낼 때 단축키를 활용하는 사람과 아닌 사람의 결과물 생성 속도는 어마한 차이가 있다. 그래서 실무형 디자이너분들 가운데 포토샵이나 Figma의 단축키들을 모르는 분은 없을 것이다.
협업의 첫걸음
화면이 휙휙 움직이면서 갑자기 문제가 해결되거나 일괄적으로 Refactoring이 이뤄지고, 순식간에 commit까지 이뤄지는 걸 옆에서 구경하고 있으면 세상 신기하다. 와!! 이렇게 빠르게 코드가 완성될 수 있다고? 간지 쩐다!
하지만 누군가는 이런 번잡함이 싫어서 굳이 마우스 사용한다고 이야기할 수 있겠다. 본인만의 작업 스타일이 있으니 강요하지 말라고. 물론 그 결과물이 혼자만의 결과물이고, 그 시간이 본인의 시간이라면 당연히 강요받아서는 안된다. 그렇게 할 수 있다. 아니 해야한다. 전적으로 그 사람의 시간이기 때문에.
하지만 팀 작업에서는 이럼 안된다. 본인의 결과가 협업의 일부를 구성한다면 절대로 이런 가치관은 안된다. 나의 개인적인 취향이 다른 사람의 퇴근 시간을 늦춰서는 안된다. 구성원의 한 사람인 나의 업무 속도를 향상시킬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도 하질 않는다? 그건 좀 심하게 나가자면 고의로 팀의 생산성을 떨어트리는 행위다. 개발자로써 단축키는 협업을 위한 배려이기도 하다.
Editor는 vi(m)!
vi가 최선이다!!! 맥에 vim이 기본 설치(당연히)되어 있어서 매우 좋다. 근데 Original vi였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아예 화살표의 유혹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회를 개발자들이 잡을수도 있을텐데. ㅋ
그래서 요즘도 가끔 코딩하는 분들 뒤에 슬그머니 가본다. 단축키는… 편집기는… ㅎㅎㅎㅎ
–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