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테크서밋(Tech Summit)인가?

쏘카에서 2022년 테크 서밋(SOCAR Tech Summit 2022)를 지난 10월에 진행했다. 값진 경험이었고, 늦었지만 이를 정리해본다.

테크 서밋이 뭔가?

테크 서밋을 한국어로 써보면 “기술의 최고점”이라는 뜻일까? 한번도 우리 나라말로 뭘까 생각해본 적이 없네. 거대한 느낌이다. 그래서인지 이런 행사는 항상 대단한 느낌이었다. 느낌만 그런게 아니라 실상 국내 대표 테크 서밋인 D2(네이버)나 If-Kakao(카카오) 행사를 보면 규모와 참여 인원이 놀랍다. 작게는 몇십, 많게는 천여명 가까이 되는 사람들 앞에서 이야기하는 기술은 최고점이라 불릴만큼 대단한거 아닐까?

테크 서밋과 유사한 행사 형태가 컨퍼런스(Conference)다. 둘의 차이가 뭘까 궁금했는데, 그간의 경험으로 나는 다음과 같이 구분한다. 서밋은 회사 구성원(혹은 특정 집단) 중심의 집중화된 행사인 반면, 컨퍼런스는 참여자(정확히는 발표자)를 특정하게 국한하지 않는다. 다녀봤을 때, QCon이 대표적인 컨퍼런스라고 생각한다. D2, If-Kakao의 경우는 주관사(네이버 혹은 카카오)에서 다수의 발표를 진행하고, 더해서 외부 발표자를 받는 형식이다. 이렇다보니 자사의 기술(력)을 홍보하는 자리가 많다. 물론 이건 행사를 주관하는 회사의 당연한 권리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만한 지식 공유의 장을 열어주는 것 자체가 매우 감사한 일이다.

이렇게 보면 서밋은 구성원들의 공유의 장이다. 이를 회사라는 영역을 넘어,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본인들의 경험과 지식을 나누는 행사로 확장된 것이 D2 같은 행사라고 본다.

왜 필요하지?

왜 쏘카에서 테크 서밋이지? 네이버나 카카오처럼 규모가 있는 것도 아니고. 걍 오버엔지니어링(Over-engineering)아냐?

옆팀은 뭐하지?!

좋은 말로 포장하면 몰입과 집중의 이면이랄까? 쏘카의 서비스 개발 조직은 2022년을 시작하면서 목적(Domain) 조직으로 변경을 단행했다. 무모한 도전이었지만, 상반기를 넘어서면서 “목적“이라는 것에 충실한 형태로, 조직이 시스템적으로 동작했다. 물론 이건 기대 이상의 성취다. 목적 중심으로 구성원들의 몰입과 집중이 동작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하지만 이 역시 부수 효과(Side Effect)를 동반한다. 바로 팀 중심으로 시야가 좁아지는 현상이다. 스프린트 중심의 데모(혹은 결과) 중심으로 팀이 운영되기 때 “나” 혹은 “(소속)팀”의 업무/기술/사람에 집중할 수 밖에 없다. 매일 매일 내코가 석자다. 당연히 팀을 벗어난 외부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관심에서 멀어진다. 물론 이 현상을 예상해서 월간 본부 타운홀을 뒀지만 생각보다 참여가 어렵다. 매일 바쁘게 움직이면서 시간을 쪼개 타운홀 발표를 준비에 당장 팀의 비용이 드는게 사실이었다. 그러다보니 영향력있는 내용이 공유되지 못하고 넘어가는 경우도 발생했다.

중요한 기술 시도 내용들이 조직 전체적으로 공유되지 못하고, 구성원들이 알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다보니 서밋, 즉 공유의 장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필요한 사람들이 알아서 찾는 공유가 아닌, 전체 구성원들이 모두 알 수 있는 공유 방법이 요구되는 시점이었다. 쏘카에서 테크 서밋이 필요한 가장 첫번째 이유다. 하루를 통으로 비우고 우리 쏘카의 도전과 성장 이야기를 들어볼 시간이 필요했다.

또다른 경험

본인의 역량을 외부에 드러내는 방법에는 여러가지가 있다. 엔지니어라면 당연히 그 첫번째 수단은 코드라고 생각한다. 좋은 코드를 만들고, 그리고 코드가 좋은 서비스로 사용자를 만나야 한다. 물론 이것만으로도 어찌어찌 조직에서는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 하지만 정말로 가치를 인정받고 싶다면 그 가치를 수면위로 드러내야 한다. 일을 하는데 있어서 재야의 “숨은” 고수는 없다. 일을 한다면 당연히 가치를 받아야 하고, 가치를 드러나지 않고는 인정이 따라오지 않는다. 기술적인 접근 방법, 일을 하는 방법, 혹은 서비스 자체의 가치가 있다면 수면위로 올려 알려야 한다. 알리는 것 역시 훌륭한 엔지니어로써의 자질이다. 그리고 이것이 공유의 의미다.

공유 경험 가운데 끝판왕은 발표다. 특히나 많은 사람들이 모인 공간에서의 발표는 특별한 경험이다. 정해진 시간에 전달할 내용을 또렷하게 전달될 수 있도록 말해야 한다. 열린 공간이지만 수많은 사람들의 시선이 나에게 집중되어 옴짝달싹할 수 없다. 등뒤로 커다란 발표 슬라이드가 펼쳐져 있지만 나는 볼 수 없다. 떨리는 말소리를 부여잡고, 흘러가는 타이머를 살피며 한땀한땀 준비한 슬라이드 자료를 선명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마쳤을 때의 성취감은 대단하다. 그리고 해낸 자신감은 발표자 본인에게 다음 도전에 대한 용기를 심어준다.

물론 사전 준비는 많은 시간과 에너지가 필요하다. 의지만 가지고 얻어질 수 없다. 준비과정에서 많은 분들이 참여해서 슬라이드를 같이 검토하고, 사전 리허설 통해서 발표 내용을 같이 검토했다. 공간의 차이는 발표하는 어투와 뉘앙스, 그리고 제스처등 기존과는 다른 많은 준비를 요구한다. 이런 과정 역시 본인들의 다음을 위한 좋은 자양분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외부가 아닌 우리 스스로

공유나 성장이라는 측면만 본다면 되려 외부 행사에 참가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의미가 있는거 아닌가? 물론 이 측면만 본다면 틀린 말도 아니다. 아니 되려 기회가 된다면 쏘카 테크서밋에서 언급된 내용들 가운데 충분히 어필될만한 내용들이 많다. 하지만 쏘카의 테크서밋이 필요한 이유는 O2O(Offline to Online) 기반 비즈니스를 기술로 실현하는 도메인의 특성과 성장하는 과정의 도전을 담아내야 하기 때문이다.

쏘카는 네카라쿠배가 아니다. 네이버나 카카오만 두고 보더라도 규모의 면에서 기술 방향이나 완결성도 다른다. 이 다름을 인정했을 때 그들의 행사에서 이야기될 수 있는 주제는 제한적이다. 되려 이 다름에서 내가 집중할려고 하는 것은 성장하는 기업 쏘카의 “도전”이다. 지금까지도 그렇지만 적어도 앞으로 2~3년은 지속적인 도전이 필요하다. 그래야 성장 곡선의 파고를 넘어설 수 있다.

하지만 도전은 멋지지만은 않다. 멋지기는 커녕일 것이다. 모노리딕(Monolithic) 시스템 기반의 서비스를 유지하면서, MSA/EDA 체계로 전환하고 서비스를 확장시키는 여정은 기술 부채(Tech Debt)를 어느 수준으로 관리할 수 있는지에 성패가 달린다. 기술 부채를 관리한다는건 빼는 것만 의미하지 않는다. 플러스도 의미한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도전이다. 이 경험을 공유하는 우리 자리가 필요하다. 이 공간과 시간을 통해 기술로서 이동을 서비스화하는 구성원 모두의 노력이 공유되고, 그 다음 과정의 성장을 위한 촉매제가 된다고 본다. 쏘카의 테크서밋이 필요한 이유다.

2022년 쏘카 테크서밋

2022년의 테크서밋은 “성장하는 기술 기업 쏘카”라는 주제어로 준비했다. 8월 말부터 기획을 시작해서, 한달 반의 준비를 했다. 외부 에이전시에 맡기기 보다는 이것조차 하나의 경험이라, 내부 인원만으로 해보자는 다소 무모한 도전을 했다. 값진 경험이긴 했지만, “이거 실화냐?” 싶은 생각이 들었다. 하루 행사고, 외부 사람들을 초대하지 않은 순수한 내부 행사로 진행했지만 준비하고 챙길 사항들이 너무 많았다.

2022년을 관통하면서 구성원분들께 강조했던 내용들을 추려 “#성장하기, #호기심, #새로운시도, #배움, #사고치기“를 핵심 키워드로 놓고 발표 주제를 추렸다. 가뜩이나 바쁜 3분기에 각 주제별 발표를 준비해주시는 분들 역시 수고를 해줬다. 보름을 남긴 시점에 자료 준비가 얼추 마무리(시작)됐고, 리뷰와 리허설을 거쳐 본행사가 시작됐다.

키노트를 맡아주신 이민석 교수님이 주니어들이 많은 쏘카 구성원들에 딱 어울리는 발표를 해주셨다.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모두 열심히 준비해준 덕분인지 9개의 세션들이 모두 무탈하게 진행됐다. 치열했던 두달간에 걸친 대장정의 본게임을 이렇게 마무리했고, 촬영된 동영상 편집 후 이렇게 최종적으로 2022년의 테크서밋 일정을 마무리했다. 그 사이에 행사 준비부터 영상 편집까지를 모두 같이 해낸 동료들에게 감사하다라는 말을 전한다. 더블어 테크서밋에 대한 뒷이야기를 따로 쏘카 블로그를 통해 준비중이라는 떡밥까지 던져본다.

2023년의 계획

쏘카의 2023년은 카쉐어링 서비스를 넘어 다양한 이동 서비스를 확장하는데 주력한다. 이 과정을 제대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2022년에 점진적으로 적용한 EDA 기반 확장 방안이 일반화될 것을 기대한다. 그리고 더욱 적극적인 방법으로 구현될 것이다. 아키텍처의 변화가 각 서비스 구현단에 적용되면서 나오는 여러 성과들을 기대해본다. 그리고 이 과정들을 통해 많은 교훈들(Lesson and Learn)이 존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부디 제발!! ㅎㅎ

쏘카의 2023 테크서밋은 서비스 조직과 함께 우리가 어떻게 고객 중심의 이동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했는지를 공유하는 자리로 만들고자 한다. 단순히 기술 중심의 행사가 아닌 기술을 통해 구현된 서비스들을 중심으로 쏘카 구성원 모두가 함께하는 세션을 핵심 축으로 두고자 한다. 물론 기술 중심의 도전 과제도 기술 기업 쏘카를 나타내는 다른 축으로 진행해보고자 한다.

아직은 모든 것들이 확실한 건 아니다. 시장 자체가 불확실하기 때문에 이런 계획 역시 실제로 실행될 수 있는지는 불투명하다. 하지만 구성원들의 열의만큼 쏘카의 성과로 이어질 것이다. 그러므로 실행될 것이다. ^^;; (희망 회로를 넘 돌렸나?)

올해 가을 행사에서 다양한 분들과 세션에서 만나뵐 수 있기를 기대한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