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A와 Anonymous 질문

리더는 의사 결정하고 구성원과 소통해야 한다. 스스로도 소통의 필요를 느껴 작년 6월부터 AAA(Ask Anakin Anything) 세션을 진행해오고 있다. 무엇이든 리더가 듣는게 중요하기에 구성원이 목소리를 내도록 무기명(Anonymous) 질문을 받았다. 말해야 들을 수 있고, 들어야 회사나 조직의 운영에 반영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무기명 질문의 임팩트는 대단했다. 첫 AAA 60분 시간에 100개가 넘는 무기명 질문이 들어왔다. 최선을 다해 질문들에 대해 답했다. 거친 시기를 지나고 있었기 때문에 말 그대로 질문도 거칠었다. 뾰족한 답을 주기 어려운 질문들도 있었고, 말꼬리 잡기도 있었다. 본부 수준을 넘어선 회사 정책이나 방향에 대한 질문은 즉답을 주기 어려웠다. 일부분은 경영진과 상의 후에 결과를 만들기도 했지만 그 자리에서 “됩니다.” 혹은 “해결하겠습니다.” 라는 속 시원한 답을 주지 못헀다. 그러다보니 이후에도 AAA 세션에서 Anonymous로 거친 질문이 이어졌다.

무기명 질문에 대해 우려의 시선이 적지 않았다. 욕 먹을게 뻔한데 구태여 AAA를 해야하는지, 적어도 무기명 질문을 없애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사실 현타가 왔던 적이 몇 번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요하고 지금까지 계속 하는 이유는 변함없다. 듣기 위해서. 추측이 아닌 불만 그 자체, 그리고 강도를 알아야 한다. 비난이라 하더라도 구성원이 이걸 표현하는 건 회사와 조직을 생각한다는 증거다. 최악은 아무 질문도 없는 것이다.

무기명 질문에 대해서는 나름 기대치가 있다. 언젠가는 구성원들이 Anonymous가 아닌 본인 이름으로 질문하지 않을까? 본인들이 자신 이름을 걸고 질문해도 될 만큼의 심리적인 안정이 아닌 안전을 느끼는 시점을 생각한다. 조직장이라는 계급이 만든 수직 구조에서는 많이 이야기하는 수평적 커뮤니케이션을 기대하기 힘들다. 일반 직급 직원 입장에서는 “안전(Safety)”하다고 스스로 느껴야 안전한 것이다. 괜찮다고 오라고 해봐야 그럴 수 없기 때문에 다가가야 하고, 다가가는 역할은 리더의 큰 몫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이번 달 진행한 AAA 세션에서 무기명 질문이 딱 1개 였다. 물론 5분 전체 공유 사항이 “교육”에 대한 내용이었기 때문에 민감도가 낮은 것도 이유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각자가 자신의 이름으로 질문을 해준 것에 고맙고 감사하다.

작년 말과 올해 1, 2월에 걸친 AAA 세션에서 질문의 방향과 강도에 대한 일부 변화가 느껴졌다. 전반적으로 무기명 질문이 감소했고 질문의 방향 역시 건설적이었다.

다만 절대적인 질문 수가 주는 건 개인적으로 아쉽다. 해결되지 않는 질문 해봐야 의미없다라는 구성원들의 생각이 있기 때문일거라고 추측은 해본다. 이 부분은 이래저래 아쉬운 부분이다.

조직은 고착화되면 안된다. 지금을 움직이는 정의된 프로세스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변화하는 환경 요소들이 입력되어 다음 단계의 프로세스가 등장해야 한다. 리더를 포함한 조직 구성원들의 소통이 정체되는 순간 프로세스의 발전은 멈추고 조직이 일하는 역동성 역시 그 지점에 멈춘다. 아직 쏘카는 정체기를 추구하기에는 더 큰 성장이 필요하다. 더 큰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라도, 리더인 나도 소통의 장을 열기 위한 노력을 멈추면 안된다. 다짐이다.

– 끝 –

ps. 김영한님을 모셔보려 했으나, 일단 불발. 하지만 구성원들이 원하시니 기회는 계속 찾아보는 것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