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의 커뮤니케이션 – 대화하기

리더십의 대화는 일상 생활의 대화와 다르다. 리더십은 사회 조직의 계층 구조에서 태어나고, 리더와 구성원은 조직 피라미드의 서로 다른 층에 위치한다. 영어 이름을 쓰든 부르는 호칭을 통일하든 위계라는 것은 암묵적으로 존재하고, 조직이라는 시스템을 운영하기 위해 필요하기도 하다. 불편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이뤄지는 대화는 우리가 친구들 혹은 가족들과 하는 대화와는 엄연히 다를 수 밖에 없다. 공감과 인정을 통해 친밀감을 쌓아야 하고, 사회 구성원과 소통하기 위한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

불편하기에 리더의 대화에서 더욱 중요한 부분이 듣기다. 되도록 많이 들어야 구성원을 이해할 수 있고, 상위 리더의 경우 소위 여론의 방향을 알 수 있다. 팀원 수가 7~8명이 넘어서면 리더가 각 개인을 세세하게 파악하는 것이 어렵다. 여러 팀을 리딩하는 리더(Manager of Managers)는 개인에 대한 세부적인 소통은 개별 팀 리더에게 위임해야 한다. 다만 직접 보고하는 라인(Direct Reports) 이외에 전반적인 구성원들이 느끼는 조직의 현재 상황을 파악해야 한다. 보고하는 팀 리더의 의견도 존중해야 하지만 조직 구성원들 역시 본인이 리더십을 발휘해야 하는 대상임을 명심해야 한다.

조직에는 계층 사다리가 있고,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면 그 높이에 맞는 소통 방법을 활용해야 한다. 공통적으로 일과 조직 내부에서 이뤄지는 대화 유형을 보면 일대일(1on1) 대화, 문제 해결을 위한 회의, 구성원 전체에 대한 의견 수렴을 위한 방법에 대해 이야기 하려고 한다. 회의는 공공의 적이라고 생각하지만 해야할 때는 제대로 해야한다. 제대로 한다면 문제 해결을 위한 의미있는 결론을 이끌기 위한 방법을 제안해본다. 그리고 조직 사다리의 정점에 올라가면 갈수록 조직원 전체의 분위기를 파악해야 한다. 여론 파악을 위한 장치로 많이 사용되는 AMA(Ask Me Anything) 세션에 대한 개인적인 경험을 소개해본다.

1on1

듣기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 질문이다. 1on1 자리에서 업무 내용이 구성원과 나눌 주요 주제이다. 업무 중심의 대화 자리에서 리더가 더 많은 의견을 듣기 위해서는 대화의 주도권을 구성원이 갖도록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상급자인 리더는 부하 직원보다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어, 이슈에 대한 다면적인 정보와 그에 따른 의사결정 방향을 이미 정했을 수 있다. 상급자가 부하 직원에게 이를 쏟아내는 형식의 대화가 이뤄진다면 이슈를 직접 대면하는 부하 직원의 실제 고민을 들을 수 없다.

구성원이 주도권을 갖게 하려면 객관적 사실과 리더가 관찰한 사항을 구분해서 전달하고 구성원의 생각을 질문하는 방식이 경험상 효과가 좋았다. 사실은 사실이고, 관찰은 리더의 주관임을 구성원이 구분된 상태로 질문받으면 보다 분명한 자신의 생각을 답할 수있다. 리더는 대화를 정리하면서 본인이 들은 내용 가운데 사실과 구성원의 주관을 구분한다. 구분이 애매한 답을 들었다면 구성원에게 사실과 주관을 되물어 명확히 해주는 것도 좋다. 이런 식의 역질문은 리더가 자신의 이야기를 열심히 듣고 있다는, 적어도 들으려 한다는 느낌을 주게 된다. 그리고 질문을 이어가며 리더와 구성원이 해결하고 싶은 문제로 이야기가 수렴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특히 특정 이슈 사항에 대해 논의하다 질문과 답을 통해 합의될 기미가 안보이고 발산한다면 대화를 중단하고 다음번에 이야기하자는 방식으로 끊고 가는 것도 좋다. 일상의 대화가 아닌 조직내 공적 주제에 대한 대화라면 결과가 도출되어야 하는데, 대화가 엉뚱하게 발산하면 참여자 모두에게 시간 낭비가 된다. 의도적인 끊음(Break)를 통해 주제에 다시 집중할 수 있도록하고 , 논의된 내용과 미진했던 부분을 다음에 짚고 가자는 이야기를 덧붙이는게 필요하다.

회의

회의는 한 주제에 대해 여러 이해 당사자들이 모여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함께 이야기하는 것이다. 회의 참석자가 8명이고, 1시간 회의를 한다면 총 8시간을 쓰는 것이다. 시간만으로 보면 한 사람의 하루를 온전히 투자하는 것과 같은 값이다. 회의를 주재하는 사람은 이 무게감을 인식해야 한다.

회의는 가능한 하지 않는게 좋다. 물론 함께 풀어야 할 이슈라면 해야 한다. 그런데 논의할 이슈를 여러 사람들이 밀집된 장소에서 모여 이야기를 해야만 하는지 한번 더 생각해보자. 특히 습관성 회의가 정말 많다. 대표적으로 수많은 주간 미팅이 있는데 정말 필요한지 자문해보자.

참여자가 한 두 사람이라면 굳이 이슈 논의를 위해 회의실을 잡고, 회의 시간까지 기다려야 할 사항인지 스스로에게 질문해야 한다. 이슈가 외부에 알려지면 곤란한 경우를 제외하고, 많은 경우에 열린 공간에서 이야기를 해도 충분하다. 책상 넘어 동료가 시간되는지 확인하고, 자리에서 혹은 자리로 찾아가서 짧게 이야기하면 풀리는 경우가 실제로 많다. 이야기로 주변 동료에게 줄 방해가 걱정된다면 잠깐 자리를 옮겨 복도에서 서서 이야기하는 것으로도 충분하다. 사무실 공간에 논의를 위해 화이트보드가 적절히 배치되어 있다면 더욱 좋다. (블로그 글) 열린 짧은 대화를 통해 이슈에 대한 이해와 해결 방안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리더가 솔선수범해야 한다.

사무실 근무를 통해 얻고자 하는 업무 효율성은 단순히 공간에 사람들을 모으는데 있지 않다. 모인 사람들이 빠르게 이야기하고, 문제에 대한 해결 방안을 찾기 위함이다. 엔데믹 이후 오피스 우선(Office First) 정책을 채택하는 이유가 이와 무관하지 않다. 재택 근무 환경에서 내가 이야기 할 사람과 화상으로 이야기를 나눌려면 먼저 그 사람의 캘린더를 확인하고 빈 슬롯이 있어야 한다. 만약 오늘 내 시간과 맞지 않는다면 다음 날로 미뤄야 한다면, 오늘 해결할 수 있는 일을 내일로 연기해야 할 상황이다. 결국에는 전반적인 개인 생산성에 영향을 준다. 물론 늦어진 상황에 대한 이유는 분명 찾을 수 있지만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조직과 기업의 속도는 저하될 수 밖에 없다. 특히 스타트업과 같은 소규모 조직은 더 큰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사무실 공간 구조는 열린 대화를 촉진하는데 도움을 준다. 개인적으로 쏘카에서 처음 본 큐빅클이 없는 단순한 업무 공간이 대표적이라고 생각한다. 처음 쏘카의 공간과 책상을 봤을 때, 왜 큐빅클도 없나 했지만 의도된 배치였고, 실제 경험으로도 소통 유도에 매우 좋은 공간 장치라는 것을 알게 됐다. 더불어 복도 사이에 배치된 화이트보드 역시 많은 대화를 촉진하는 장치 역할을 충분히 수행한다. 물론 전반적인 소음 수치를 올리는 부작용도 있고, 몰입을 방해한다는 의견도 있다. 공간 설계시 단점이 보완되면 좋을 것 같지만 여력이 부족한 조직이라면 단점을 안고서라도 쏘카의 방법을 추천한다.

회의를 해야 한다면 분명한 결과를 회의를 마쳤을 때 얻을 수 있어야 한다. 소위 회의를 위한 회의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Fierce Conversation에서 적극적인 결과 도출을 위해 미팅을 주최자가  다음의 사항들을 명시하면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언급하고 있다.

  • 가장 시급한 문제 식별: 가장 중요하고 빨리 해결할 이슈를 드러내고 명확히 한다.
  • 명확한 문제 정의: 문제의 중요성과 자신 및 관련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이해한다.
  • 영향 평가: 문제가 개인 / 팀 / 조직에 현재 미치는 영향을 평가한다.
  • 미래 영향 평가: 문제가 공론화되지 않았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지, 잠재적 장기 영향을 고려한다.
  • 자신의 기여: 자신의 행동이나 무관심이 문제에 어떤 기여를 했는지 반성한다.
  • 이상적인 결과 예측: 성공의 모습을 그려보고, 이상적인 해결책은 무엇인지 질문한다.
  • 행동 전념: 문제 해결을 위한 단계적 행동과 실제 실행하는데 전념한다.

위 목록을 모두 실천하는데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어, 그 가운데 다음 3가지를 추려 현안 논의를 위한 미팅에서 활용하고 있다.

  • 이슈(팩트) – 미팅에서 참여자들이 모여 해결하고 싶은 문제
  • 배경(팩트 및 관찰) – 이슈가 발생한 상황에 대한 설명, 그리고 이슈 해결에 필요한 조건 설명
  • 기대(감정) – 주체자 관점에서 미팅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결과. 하지만 합의 사항은 아님.

여론

라이엇 게임즈에 재직중일 때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격주로 진행되던 AMA(Ask Me Anything) 세션이었다. 본사 뿐만 아니라 전세계 지역 오피스에 있는 구성원을 대상으로 대표와 임원진이 주요 이슈 현안에 대해 리더십 차원에서 결정한 사안 혹은 방향을 공유하고, 공유된 주제를 중심으로 질문을 받아 답하는 시간이다. 대부분의 빅테크 기업에서 경영진과 직원간의 소통을 위한 장치로 사용하는 방식으로 한국에서는 타운홀이라는 이름으로 많이 진행된다.

인상 깊었던 점이 두가지 있었다. 첫째는 본사를 포함한 북미와 유럽 지역 구성원들이 경우에 따라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도 용감하게 질문한다는 것이다. 실명 원칙이었기 때문에 자신의 신원이 노출된 상황에서 민감한 사안에 대해 대표 혹은 C레벨 임원에게 질문을 한다는 건 한국 사회에서는 상상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궁금했지만 차마 용기가 없어 질문하지 못했던 내용이 올라오면, 귀를 세우고 임원진의 답변을 열심히 들었다. 물론 속시원한 답보다는 구체성이 결여된 답이 나오거나 결론 없이 질문만 반복되는 경우가 많았다. 둘째는 임원진이 모든 질문에 대해 최선의 답을 하기 위해 보인 자세다. 특히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당선된 직후에 불거진 반이민 정책, 대중 적대 정책등에 대한 질문은 사기업 입장에서 답하기 곤란하다. 그럼에도 중국 오피스에 있는 구성원들의 오해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먼저 설명하고 기업과 개인의 입장을 나눠, 피하지 않고 답하는 대표의 모습이 특히나 인상 깊었다.

쏘카에서 라이엇 방식을 빌려 월간 단위로 AAA(Ask Anakin Anything, 회사내 닉네임이 Anakin) 세션을 담당 조직 한정으로 진행했다. 전사에서 진행하는 월간 타운홀도 있는데 개별 조직 단위에서 굳이 해야할까 싶기도 했지만,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해 노력해도 20대, 30대 초반 직원들에게 직급이라는 큰 높이 차이가 아예 질문을 차단시킨다고 느꼈다. MZ 세대가 아무리 기존 세대와 다르다고 하더라도 결국에는 한국 사람이다.

세션의 원천적인 목적은 질문(혹은 구성원의 목소리)를 듣기 위함이었다. 구성원들이 질문을 통해 갖는 궁금증과 생각을 알아야 하기에 비실명 질문을 받는 도박을 감행했다. 실제로 사무실 출근(Office First) 정책 변화를 설명하기 위한 본부 미니 타운홀에서 익명성 질문의 수위가 높음을 경험했다. 많이 힘들긴 했다. 하지만 당시에 정말 많은 질문을 받았다. 질문 양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면 베팅해볼만 시도다.

익명성을 보장하고 진행한 AAA 세션은 초반에는 예상했던 것처럼 험난한 질문들이 많았고, 답변하지 못하는 혹은 할 수 없는 질문도 많았다. 라이엇 게임즈 당시의 경영진 입장을 십분 이해하게 됐다. 그리고 질문들을 통해 구성원이 갖고 있는 조직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스스로 고민해볼 수 있었다. 그리고 익명성에 벗어나 본인 이름으로 질문하는 구성원이 천천히 늘어나는 모습에서 자리의 높낮이가 주는 위압감이 적어도 AAA 세션에서는 차근차근 감소하고 있구나를 느꼈다. 구성원의 만족감에 채워주지 못했다는 것은 명확하지만 익명성 질문의 감소를 통해 친밀감은 형성된다는 것을 정량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블로그 글)

모든 대화에서 한번 더 강조하고 싶은 건 회의는 안할수록 좋다. 리더는 주체자로 회의를 해야만 한다. 리더가 만드는 회의는 필참으로 여겨지기 때문에 리더가 시간의 중요성을 꼭 생각했으면 한다. 1on1이 됐던, 문제 해결을 위한 업무 회의나 AMA 세션도 마찬가지다. 나의 시간 뿐만 아니라 남의 시간을 점유하기 때문에 소중하게 사용해야 한다. 보통 미팅 시간을 1시간을 잡는 경우가 다반사인데 시간을 줄이는 노력을 해야 한다. 쏘카에서 구글 캘린더의 기본 회의 시간을 1시간에서 30분으로 변경했다. AAA 시간도 30분 사용한다. 무의식적으로 1시간 하던 회의가 30분 안에 해소되는 경우가 더 늘었고, 30분짜리 회의가 늘면서 1시간 혹은 그 이상 시간을 쓰는 회의를 잡기가 힘들어졌다. 회의 효율이 구글 캘린더 기본 시간 변경만으로 큰 향상을 얻을 수 있다. 회의 개수가 늘어났다는 것은 사이드 이펙트(Side Effect)이다.

리더의 대화는 전략적이다. 업무를 이끌어가는 리더는 환경을 조성하고, 조성된 환경을 통해 구성원이 심리적 안정감을 가지고 매진할 수 있어야 한다. 대화의 기술이 필요하고, 재료를 모으는 최선의 방법은 질문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질문을 할지 준비해야 하고, 경청한 뒤에 답에 고민해야 한다. 질문에 대한 응답을 통해 구성원이 원하는 것이나 방향을 가늠해야 하고, 조직의 방향과 결을 맞추기 위한 방안을 고민하고 노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