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의 리더 – 같음과 다름

인간은 평등하다. 공동체의 일원으로 우리는 모두 같은 존재다. 동등하기 때문에 서로 존중하고 존중받아야 한다. 그리고 특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조직으로 함께 일한다. 개인이 추구하는 각각의 목표는 다르겠지만, 조직에 속한다면 당연히 조직 목표에 기여하고 성과를 만든다.

기업 입장에서 구성원이 목적 달성에 적극적이길 원한다. 결과 혹은 성과를 달성하기 위해 구성원 사이에 충분한 소통이 빠르게 일어나길 기대하고,  여러 실리콘밸리 빅테크(Big Tech) 기업의 성공 사례처럼 단방향이 아닌 양방향 소통이 결과 달성을 위해 효과적임을 알고 있다. 이런 영향으로 양방향 소통 방식의 기업 문화가 “수평 조직”이라는 체계로 불리며 많은 국내 기업이 도입하고 있다.

수평 조직을 실행하는 여러 방법 가운데 하나로 많은 회사가 영어식 이름 혹은 별명(Nickname)을 활용하고 있다. 대부분의 스타트업은 이런 호칭 방식을 유행처럼 사용하고 있고, 쏘카의 경우는 별명을 사용하면서 “~님”이라는 높임 호칭까지 없앴다. 극단으로는 서로 반말을 쓰게 하는 회사도 있다는 이야기도 들어봤다. 일부 국내  대기업도 연차에 따른 직급 체계를 없애고 매니저, 프로, 책임과 같은 단일 호칭 체계를 사용하기도 한다. 그만큼 빅테크 혹은 기술 기업의 성공 배경에는 자유로운 소통이 큰 역할을 했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

인터넷 출현 이후의 연결성(Connectivity) 기반의 사업은 변화에 대한 빠른 대응을 요구한다. 그리고 구글, 넷플릭스와 같은 빅테크 기업들의 성공 신화의 바탕에는 치열한 토론 문화가 자리잡고 있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토론을 통해 현재 사업 모델을 지속할지 아니면 변화할지, 변화한다면 어떤 방향으로 피봇(Pivot)할지 결정한다. 많은 아이디어와 이를 실현시킨 다양한 제품은 자유로운 토론 문화에서 탄생했다는 것에 동의한다.

수평 조직과 문화

실리콘밸리의 자유로운 토론 문화는 미국, 특히 실리콘밸리가 위치한 미국 서부의 지역적인 특성이 큰 몫을 차지한다. 미국은 이민자에게 기회의 땅이고, 귀족 계층이 사회 주류를 차지하던 동부 지역에 비해 골드 러시(Gold Rush)를 통해 개발된 서부 지역은 일반 서민 계층에 의해 발전되었다. 그만큼 개인 능력을 중시하는 사회 문화를 가졌으며, 능력이 사람을 판단하는 가장 큰 기준이 된다. 여기에 더해 미국인이 사용하는 영어는 기본적으로 “높임”이라는 개념을 갖고 있지 않다. 물론 존경을 표현할 수 있지만, 일상 대화에서 잘 모르는 상대방은 그저 상대방일 뿐이다. 대화 과정에서 자신의 의견과 함께 감정 표현이 언어적으로 자유로운 편이다.

미국 동료들과 시스템 구조에 대한 의견을 여러 사람과 함께 논의할 기회가 있었는데 한 미국 동료가 “Fuck”이라는 욕을 하는 것을 들었다. 순간 깜짝 놀랬는데, 회의 후에 참석했던 다른 미국 친구에게 그 단어를 듣고 놀랐다고 이야기했더니 그 단어는 단순한 감정 표현이였는데 어떤 점이 걸렸는지 되물었다. 곰곰 생각해보니 그 단어 출현 이후에도 원할하게 이야기가 오고갔고, 모두가 합의한 결과가 도출되었다. 답해준 친구에게 한국에서는 “Fuck” 이라는 영어 단어는 욕으로 상대방을 비난하는 단어로 인식하고 있었는데 공식적인 회의 자리에서 그 단어를 듣고 놀랐다고 이야기해줬다. 단어의 의미가 학습한 문화권에 따라 다르다는 것을 제대로 느끼게 된 계기였고, 자칫 사람을 오해할 수도 있었다. 덕분에 나도 대화에서 “Fuck” 이라는 단어를 필요할 때 사용할 수 있다.

실리콘밸리와 달리 우리 나라는 역사적으로 유교가 오랜 시간 사회 지배 문화였고, 나이든 어른을 존중하는 문화다. 현재의 발전된 사회를 이룩한 어른들(시니어)의 노력을 존중하고, 경험을 경청하는 것은 서구 사회도 부러워하는 문화다. 다만 어른이 나이와 동일시되면서, 나이가 어린 사람이 연장자에게 할 말 하는 것이 “버릇없음”이라는 사회적 인식이 자리잡있다. 당연하게도 나이어린 사람에게는 경청이 강요되고, 의견이 묵살되기도 한다. 특히나 한국어에는 어른에 대한 존중이 언어적으로 반영되어 있다. 나이 많은 분께 어린 사람이 반말을 했다고 시비가 일어나기 쉽고, 심한 경우에는 사회면 뉴스로 등장하기도 한다.

조직이 결과를 만들고 다음 성장을 이루려면 양방향 소통과 치열한 토론은 반드시 필요하다. 양방향 소통이 될려면 소통 당사자 사이의 높이 차이를 줄여야 한다. 높이차는 존재하지만 인위적으로 차이를 낮추기 위해 필요한 것이 존중이다. 한국 문화를 고려할 때, 직책자 혹은 “어른”이 보여주는 존중은 상대방이 한걸음 더 다가설 용기를 준다. 조직 피라미드의 상위자는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허리를 굽혀야 한다. 그리고 시니어의 경험을 주니어가 존중해야 한다.  상호 존중을 기반으로 이뤄지는 토론이 건강한 토론이고, 이런 토론들이 쌓여 조직은 현재와 다음을 결정된다.

수평 조직을 통해 우리가 달성하고 싶은 것은 양방향 소통이 동작하는 참여와 토론이다. 참여자 사이의 벽을 허물고 높낮이 차이를 줄여야 한다. 소통의 흐름은 어느 누구의 노력보다도 조직 피라미드의 상위에 있는 리더십의 역할이 중요하다. 수평 조직은 호칭 체계를 없앤다고, 영어 이름을 도입한다고 되는게 아니다. 먼저 리더십에서 허리를 굽히고 구성원에게 다가가야 한다. 구성원이 이야기할 수 있는 분위기(환경)을 조성하고, 실제로 이야기가 나왔을 때 끊지 않고 들어야 한다. 그래야 수평 조직을 위해 한걸음 나갈 수 있고, 조직이 달성해야 하는 결과를 위해 구성원이 실행 의지를 갖고 참여한다.

수평 조직의 오해

조직 계층의 아래 단계에 있는 구성원이 억지로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디딤돌을 놓거나 눈높이를 무시하는 경우도 있다. 2000년대 중후반에 호칭 체계를 없애거나 영어식 이름을 국내 기업들에서 도입하면서 이런 부작용이 실제 발생하기도 했다. 과감한 시도였지만 한국 문화를 간과한 면이 적지 않았다. 막 입사한 신입 직원이 10년 이상 경력의 동료에게 같은 매니저라는 점을 내세우며 자신의 입장을 강하게 주장하는 경우를 여러 번 목격했다. 이런 경우가 반복되고 용인되면 상대방인 시니어는 정나미가 떨어지기 마련이다.  주장이 맞는지 여부를 떠나 우리가 살고 있는 곳은 미국이 아니다. 한국에서 “Fuck”은 욕이라는 점을 잊으면 안된다.

조직은 목표를 추구,하고, 결과를 만들어 목표를 향해 나간다. 그리고 수평 조직은 양방향 소통과 치열한 토론을 통해 우리가 목표 달성을 위해 어떤 결과물(What)을 어떤 방식(How)으로 만들어낼지 정한다. 소통과 토론을 통해 무엇과 어떻게를 정하는 이유는 집단 지성을 활용하기 위함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구성원의 적극적인 참여를 원하기 때문이다. 소위 자율성과 주도권을 기대한다.

하지만 수평 조직이 강조되다 보면 합의에 이르기 위한 무한대 토론이 반복되는 경우를 목격한다. 각자가 내세우는 의견이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자신의 논리로 상대방을 납득시켜 본인의 의견이 모두의 방향이 되도록 시도하는 경우다. 심지어 과도한 의견 대립은 파벌을 만들기도 한다. 이런 경우가 발생하면 리더는 반드시 개입하고 결론을 조율하거나 결정을 내려줘야 한다.

수평 조직의 모두는 평등하지 않다. 특히 조직의 리더는 조직과 조직의 결과를 책임진다. 책임자이기 때문에 의사 결정자이다. 조직이 만들 결과물은 필요한 시점에 존재해야 한다. 리더는 토론을 통해 도출된 합리적인 결과를 존중해야 한다. 그러나 결론 도출이 안된다면 리더가 조직을 대표해 결론을 내려야 한다. 그런 리더의 결정을 구성원 모두는 존중하고 따라야 한다. 그럼에도 따를 생각이 없는 구성원이라면 해당 조직의 일원으로 역할 수행 의지가 없는 것과 다름없다. 투명하게 본인 생각을 리더와 상위 리더에게 이야기하고 자신이 제대로 기여할 수 있는 다른 역할을 찾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