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의 커뮤니케이션 – 대화하기

리더십의 대화는 일상 생활의 대화와 다르다. 리더십은 사회 조직의 계층 구조에서 태어나고, 리더와 구성원은 조직 피라미드의 서로 다른 층에 위치한다. 영어 이름을 쓰든 부르는 호칭을 통일하든 위계라는 것은 암묵적으로 존재하고, 조직이라는 시스템을 운영하기 위해 필요하기도 하다. 불편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이뤄지는 대화는 우리가 친구들 혹은 가족들과 하는 대화와는 엄연히 다를 수 밖에 없다. 공감과 인정을 통해 친밀감을 쌓아야 하고, 사회 구성원과 소통하기 위한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

불편하기에 리더의 대화에서 더욱 중요한 부분이 듣기다. 되도록 많이 들어야 구성원을 이해할 수 있고, 상위 리더의 경우 소위 여론의 방향을 알 수 있다. 팀원 수가 7~8명이 넘어서면 리더가 각 개인을 세세하게 파악하는 것이 어렵다. 여러 팀을 리딩하는 리더(Manager of Managers)는 개인에 대한 세부적인 소통은 개별 팀 리더에게 위임해야 한다. 다만 직접 보고하는 라인(Direct Reports) 이외에 전반적인 구성원들이 느끼는 조직의 현재 상황을 파악해야 한다. 보고하는 팀 리더의 의견도 존중해야 하지만 조직 구성원들 역시 본인이 리더십을 발휘해야 하는 대상임을 명심해야 한다.

조직에는 계층 사다리가 있고,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면 그 높이에 맞는 소통 방법을 활용해야 한다. 공통적으로 일과 조직 내부에서 이뤄지는 대화 유형을 보면 일대일(1on1) 대화, 문제 해결을 위한 회의, 구성원 전체에 대한 의견 수렴을 위한 방법에 대해 이야기 하려고 한다. 회의는 공공의 적이라고 생각하지만 해야할 때는 제대로 해야한다. 제대로 한다면 문제 해결을 위한 의미있는 결론을 이끌기 위한 방법을 제안해본다. 그리고 조직 사다리의 정점에 올라가면 갈수록 조직원 전체의 분위기를 파악해야 한다. 여론 파악을 위한 장치로 많이 사용되는 AMA(Ask Me Anything) 세션에 대한 개인적인 경험을 소개해본다.

1on1

듣기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 질문이다. 1on1 자리에서 업무 내용이 구성원과 나눌 주요 주제이다. 업무 중심의 대화 자리에서 리더가 더 많은 의견을 듣기 위해서는 대화의 주도권을 구성원이 갖도록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상급자인 리더는 부하 직원보다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어, 이슈에 대한 다면적인 정보와 그에 따른 의사결정 방향을 이미 정했을 수 있다. 상급자가 부하 직원에게 이를 쏟아내는 형식의 대화가 이뤄진다면 이슈를 직접 대면하는 부하 직원의 실제 고민을 들을 수 없다.

구성원이 주도권을 갖게 하려면 객관적 사실과 리더가 관찰한 사항을 구분해서 전달하고 구성원의 생각을 질문하는 방식이 경험상 효과가 좋았다. 사실은 사실이고, 관찰은 리더의 주관임을 구성원이 구분된 상태로 질문받으면 보다 분명한 자신의 생각을 답할 수있다. 리더는 대화를 정리하면서 본인이 들은 내용 가운데 사실과 구성원의 주관을 구분한다. 구분이 애매한 답을 들었다면 구성원에게 사실과 주관을 되물어 명확히 해주는 것도 좋다. 이런 식의 역질문은 리더가 자신의 이야기를 열심히 듣고 있다는, 적어도 들으려 한다는 느낌을 주게 된다. 그리고 질문을 이어가며 리더와 구성원이 해결하고 싶은 문제로 이야기가 수렴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특히 특정 이슈 사항에 대해 논의하다 질문과 답을 통해 합의될 기미가 안보이고 발산한다면 대화를 중단하고 다음번에 이야기하자는 방식으로 끊고 가는 것도 좋다. 일상의 대화가 아닌 조직내 공적 주제에 대한 대화라면 결과가 도출되어야 하는데, 대화가 엉뚱하게 발산하면 참여자 모두에게 시간 낭비가 된다. 의도적인 끊음(Break)를 통해 주제에 다시 집중할 수 있도록하고 , 논의된 내용과 미진했던 부분을 다음에 짚고 가자는 이야기를 덧붙이는게 필요하다.

회의

회의는 한 주제에 대해 여러 이해 당사자들이 모여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함께 이야기하는 것이다. 회의 참석자가 8명이고, 1시간 회의를 한다면 총 8시간을 쓰는 것이다. 시간만으로 보면 한 사람의 하루를 온전히 투자하는 것과 같은 값이다. 회의를 주재하는 사람은 이 무게감을 인식해야 한다.

회의는 가능한 하지 않는게 좋다. 물론 함께 풀어야 할 이슈라면 해야 한다. 그런데 논의할 이슈를 여러 사람들이 밀집된 장소에서 모여 이야기를 해야만 하는지 한번 더 생각해보자. 특히 습관성 회의가 정말 많다. 대표적으로 수많은 주간 미팅이 있는데 정말 필요한지 자문해보자.

참여자가 한 두 사람이라면 굳이 이슈 논의를 위해 회의실을 잡고, 회의 시간까지 기다려야 할 사항인지 스스로에게 질문해야 한다. 이슈가 외부에 알려지면 곤란한 경우를 제외하고, 많은 경우에 열린 공간에서 이야기를 해도 충분하다. 책상 넘어 동료가 시간되는지 확인하고, 자리에서 혹은 자리로 찾아가서 짧게 이야기하면 풀리는 경우가 실제로 많다. 이야기로 주변 동료에게 줄 방해가 걱정된다면 잠깐 자리를 옮겨 복도에서 서서 이야기하는 것으로도 충분하다. 사무실 공간에 논의를 위해 화이트보드가 적절히 배치되어 있다면 더욱 좋다. (블로그 글) 열린 짧은 대화를 통해 이슈에 대한 이해와 해결 방안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리더가 솔선수범해야 한다.

사무실 근무를 통해 얻고자 하는 업무 효율성은 단순히 공간에 사람들을 모으는데 있지 않다. 모인 사람들이 빠르게 이야기하고, 문제에 대한 해결 방안을 찾기 위함이다. 엔데믹 이후 오피스 우선(Office First) 정책을 채택하는 이유가 이와 무관하지 않다. 재택 근무 환경에서 내가 이야기 할 사람과 화상으로 이야기를 나눌려면 먼저 그 사람의 캘린더를 확인하고 빈 슬롯이 있어야 한다. 만약 오늘 내 시간과 맞지 않는다면 다음 날로 미뤄야 한다면, 오늘 해결할 수 있는 일을 내일로 연기해야 할 상황이다. 결국에는 전반적인 개인 생산성에 영향을 준다. 물론 늦어진 상황에 대한 이유는 분명 찾을 수 있지만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조직과 기업의 속도는 저하될 수 밖에 없다. 특히 스타트업과 같은 소규모 조직은 더 큰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사무실 공간 구조는 열린 대화를 촉진하는데 도움을 준다. 개인적으로 쏘카에서 처음 본 큐빅클이 없는 단순한 업무 공간이 대표적이라고 생각한다. 처음 쏘카의 공간과 책상을 봤을 때, 왜 큐빅클도 없나 했지만 의도된 배치였고, 실제 경험으로도 소통 유도에 매우 좋은 공간 장치라는 것을 알게 됐다. 더불어 복도 사이에 배치된 화이트보드 역시 많은 대화를 촉진하는 장치 역할을 충분히 수행한다. 물론 전반적인 소음 수치를 올리는 부작용도 있고, 몰입을 방해한다는 의견도 있다. 공간 설계시 단점이 보완되면 좋을 것 같지만 여력이 부족한 조직이라면 단점을 안고서라도 쏘카의 방법을 추천한다.

회의를 해야 한다면 분명한 결과를 회의를 마쳤을 때 얻을 수 있어야 한다. 소위 회의를 위한 회의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Fierce Conversation에서 적극적인 결과 도출을 위해 미팅을 주최자가  다음의 사항들을 명시하면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언급하고 있다.

  • 가장 시급한 문제 식별: 가장 중요하고 빨리 해결할 이슈를 드러내고 명확히 한다.
  • 명확한 문제 정의: 문제의 중요성과 자신 및 관련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이해한다.
  • 영향 평가: 문제가 개인 / 팀 / 조직에 현재 미치는 영향을 평가한다.
  • 미래 영향 평가: 문제가 공론화되지 않았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지, 잠재적 장기 영향을 고려한다.
  • 자신의 기여: 자신의 행동이나 무관심이 문제에 어떤 기여를 했는지 반성한다.
  • 이상적인 결과 예측: 성공의 모습을 그려보고, 이상적인 해결책은 무엇인지 질문한다.
  • 행동 전념: 문제 해결을 위한 단계적 행동과 실제 실행하는데 전념한다.

위 목록을 모두 실천하는데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어, 그 가운데 다음 3가지를 추려 현안 논의를 위한 미팅에서 활용하고 있다.

  • 이슈(팩트) – 미팅에서 참여자들이 모여 해결하고 싶은 문제
  • 배경(팩트 및 관찰) – 이슈가 발생한 상황에 대한 설명, 그리고 이슈 해결에 필요한 조건 설명
  • 기대(감정) – 주체자 관점에서 미팅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결과. 하지만 합의 사항은 아님.

여론

라이엇 게임즈에 재직중일 때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격주로 진행되던 AMA(Ask Me Anything) 세션이었다. 본사 뿐만 아니라 전세계 지역 오피스에 있는 구성원을 대상으로 대표와 임원진이 주요 이슈 현안에 대해 리더십 차원에서 결정한 사안 혹은 방향을 공유하고, 공유된 주제를 중심으로 질문을 받아 답하는 시간이다. 대부분의 빅테크 기업에서 경영진과 직원간의 소통을 위한 장치로 사용하는 방식으로 한국에서는 타운홀이라는 이름으로 많이 진행된다.

인상 깊었던 점이 두가지 있었다. 첫째는 본사를 포함한 북미와 유럽 지역 구성원들이 경우에 따라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도 용감하게 질문한다는 것이다. 실명 원칙이었기 때문에 자신의 신원이 노출된 상황에서 민감한 사안에 대해 대표 혹은 C레벨 임원에게 질문을 한다는 건 한국 사회에서는 상상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궁금했지만 차마 용기가 없어 질문하지 못했던 내용이 올라오면, 귀를 세우고 임원진의 답변을 열심히 들었다. 물론 속시원한 답보다는 구체성이 결여된 답이 나오거나 결론 없이 질문만 반복되는 경우가 많았다. 둘째는 임원진이 모든 질문에 대해 최선의 답을 하기 위해 보인 자세다. 특히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당선된 직후에 불거진 반이민 정책, 대중 적대 정책등에 대한 질문은 사기업 입장에서 답하기 곤란하다. 그럼에도 중국 오피스에 있는 구성원들의 오해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먼저 설명하고 기업과 개인의 입장을 나눠, 피하지 않고 답하는 대표의 모습이 특히나 인상 깊었다.

쏘카에서 라이엇 방식을 빌려 월간 단위로 AAA(Ask Anakin Anything, 회사내 닉네임이 Anakin) 세션을 담당 조직 한정으로 진행했다. 전사에서 진행하는 월간 타운홀도 있는데 개별 조직 단위에서 굳이 해야할까 싶기도 했지만,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해 노력해도 20대, 30대 초반 직원들에게 직급이라는 큰 높이 차이가 아예 질문을 차단시킨다고 느꼈다. MZ 세대가 아무리 기존 세대와 다르다고 하더라도 결국에는 한국 사람이다.

세션의 원천적인 목적은 질문(혹은 구성원의 목소리)를 듣기 위함이었다. 구성원들이 질문을 통해 갖는 궁금증과 생각을 알아야 하기에 비실명 질문을 받는 도박을 감행했다. 실제로 사무실 출근(Office First) 정책 변화를 설명하기 위한 본부 미니 타운홀에서 익명성 질문의 수위가 높음을 경험했다. 많이 힘들긴 했다. 하지만 당시에 정말 많은 질문을 받았다. 질문 양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면 베팅해볼만 시도다.

익명성을 보장하고 진행한 AAA 세션은 초반에는 예상했던 것처럼 험난한 질문들이 많았고, 답변하지 못하는 혹은 할 수 없는 질문도 많았다. 라이엇 게임즈 당시의 경영진 입장을 십분 이해하게 됐다. 그리고 질문들을 통해 구성원이 갖고 있는 조직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스스로 고민해볼 수 있었다. 그리고 익명성에 벗어나 본인 이름으로 질문하는 구성원이 천천히 늘어나는 모습에서 자리의 높낮이가 주는 위압감이 적어도 AAA 세션에서는 차근차근 감소하고 있구나를 느꼈다. 구성원의 만족감에 채워주지 못했다는 것은 명확하지만 익명성 질문의 감소를 통해 친밀감은 형성된다는 것을 정량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블로그 글)

모든 대화에서 한번 더 강조하고 싶은 건 회의는 안할수록 좋다. 리더는 주체자로 회의를 해야만 한다. 리더가 만드는 회의는 필참으로 여겨지기 때문에 리더가 시간의 중요성을 꼭 생각했으면 한다. 1on1이 됐던, 문제 해결을 위한 업무 회의나 AMA 세션도 마찬가지다. 나의 시간 뿐만 아니라 남의 시간을 점유하기 때문에 소중하게 사용해야 한다. 보통 미팅 시간을 1시간을 잡는 경우가 다반사인데 시간을 줄이는 노력을 해야 한다. 쏘카에서 구글 캘린더의 기본 회의 시간을 1시간에서 30분으로 변경했다. AAA 시간도 30분 사용한다. 무의식적으로 1시간 하던 회의가 30분 안에 해소되는 경우가 더 늘었고, 30분짜리 회의가 늘면서 1시간 혹은 그 이상 시간을 쓰는 회의를 잡기가 힘들어졌다. 회의 효율이 구글 캘린더 기본 시간 변경만으로 큰 향상을 얻을 수 있다. 회의 개수가 늘어났다는 것은 사이드 이펙트(Side Effect)이다.

리더의 대화는 전략적이다. 업무를 이끌어가는 리더는 환경을 조성하고, 조성된 환경을 통해 구성원이 심리적 안정감을 가지고 매진할 수 있어야 한다. 대화의 기술이 필요하고, 재료를 모으는 최선의 방법은 질문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질문을 할지 준비해야 하고, 경청한 뒤에 답에 고민해야 한다. 질문에 대한 응답을 통해 구성원이 원하는 것이나 방향을 가늠해야 하고, 조직의 방향과 결을 맞추기 위한 방안을 고민하고 노력해야 한다.

리더십의 커뮤니케이션 – 완벽하지 않음의 인정

리더십을 갖춘 사람은 상대적으로 뛰어나거나 완벽하다고 여겨진다. 완벽한 리더가 나에게 다가오면 누구라도 주눅이 든다. 능력과 무관하게 높은 분이 다가오면 놀라는게 인지상정이다. 만약 대표가 일반 사원 자리로 와 말이라도 붙이면 순간 얼어버릴지도 모른다. 리더는 높은 위치고, 일반 구성원은 상대적으로 낮은 위치이기에 갑작스런 리더의 내방은 누구라도 놀라게 만든다.

인간은 생존 본능 덕에 살아남았고, 불안 상황에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가드(Guard, 복싱에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손을 드는 자세)를 올리는 것은 인간 본성이다. 사람이 겁먹고 위협을 느끼면 당연히 가드를 유지하게 되고, 가드가 잔뜩 올라간 상황에서는 가드를 올린 사람도 상대방도 서로를 제대로 파악할 수 없다.

조직 피라미드의 하위 계층에 있는 사람은 상위 계층인 리더에게 불안감을 느낄 수 밖에 없다. 리더가 업무를 지시하고, 지시한 업무의 결과에 따라 평가하고, 결과에 따라 보상을 결정한다. 리더의 질문 하나에 이런 결정들이 내려지는 조직 시스템에서 친하지도 않은 상사가 다가와 질문하면 당연히 가드가 올라간다. 이건 구성원의 잘못이 아니라 인간이라면 누구나 보이는반응이다.

가드를 내리게 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위협적인 상황이 아님을 스스로 느끼게 만들면 된다. 조직 피라미드에서 리더의 존재를 구성원 입장에서 생각하면 절대 간단한 일이 아니다. 간단하지 않은 일을 가능하게 만들려면 리더가 먼저 나서야 한다. 리더도 사람이고, 일하는 동료이고, 조직의 구성원이라는 사실을 보여줘야 하는 이유다.

리더는 모범을 보여야하고 그만큼 완벽한 모습을 갖춰야 한다는 인식이 있다. 구성원뿐만 아니라 리더도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특히 한국 사회는 어른에 대한 공경이 전제된 유교 문화가 사회 저변에 깔려 있기 때문에 리더(어른)의 완벽함에 대한 강한 기대가 있다. 완벽함에 대한 상호 기대는 알게 모르게 서로에 대한 거리감을 만든다.

완벽하지 않음을 드러내는 것이 가드를 내리고 함께 털어놓고 이야기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리더도 실수를 하고, 실수를 솔직히 인정하고 필요한 경우에 사과하는 모습은 리더도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해준다. 소통의 관점에서 나와 이야기하는 사람이 높은 위치에 있지만 실수도 할 수 있고, 이를 숨기기 위해 우기는 것이 아니라 솔직히 인정을 하면 내 의견을 이야기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은 기대를 할 수 있다. 가드가 내려가는 시점이다. 이런 생각이 행동으로 옮겨지면 이제 이야기가 시작되고, 이해가 동작한다.

소통이 제대로 힘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양방향이어야 한다. 양방향성을 만드는 책임은 리더십에 있다. 완벽하지 않음(Vulnerability)를 스스로 노출(인정)하고 구성원이 동질성을 바탕으로 가드를 내리도록 유도해야 한다. 이야기를 위한 문이 열렸을 때가 상대를 솔직히 알기 위한 시작점이다. 상대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고, 공감할 수 있게 된다. 소통을 시작할 시점이다.

 

리더십의 커뮤니케이션 – 공감

요즘(2010년대 이후) 공감이라는 단어를 많이 듣는다. “공감해줘야 한다.”부터 “왜 공감 안해주냐?” 같은 격양 섞인 대화와 함께 “공감 능력”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공감을 단어적으로 풀어보면 상대방의 입장에서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상황을 이해하거나 생각해보는 것을 의미한다. (위키백과) 하지만 우리가 일상에서 듣는 공감이라는 단어는 내 생각이나 의견을 지지해달라는 의미로 잘못쓰이는 경우가 많다.

공감은 내가 상대방의 입장이 되었을 때 같은 감정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말한다. 많은 사람들이  “같은 감정”에 방점을 두지만, “내가 상대방의 입장”이 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 감정은 이성이 아니고 당연히 논리적이지도 않다. 하지만 높은 전파력을 갖는다. 다른 말로 분위기에 휩쓸려 동요된다. 동요된 감정은 일시적일 뿐이라 지지는 되어도 입장이 될 수는 없다.

마음으로 이해한 공감은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야 한다. 나와 그는 다른 사람이기 때문에 완전한 입장이 될 수 없다. 하지만 그 사람이 처한 상황을 알 수 있다면 입장에 가까워질 수는 있다. 예를 들어 최근 들어 업무 성과 혹은 몰입이 현저히 낮아진 동료가 있다고 가정하자. 피상적으로 나타난 현상만으로 이런 저런 좋은 충고를 해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상황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어떨까? 능력 부족 혹은 한계라고 단정지을 수 있다. 특히나 동료가 새로운 프로젝트를 담당하거나 새로운 도메인(Domain)의 일을 담당하는 경우에 기대했던 수준이 아니었다는 단정적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

그런데 동료의 최근 집안에 우환이 생겼다면? 동료의 건강하시던 부모님이 갑자기 병환에 걸리셨다면 동료는 이런 저런 생각들이 많아질 것이다. 동료도 직장인으로서 업무에 집중하고 싶다. 하지만 부모님의 상태가 어떠신지, 식사는 잘 하셨는지, 병원 진단 결과는 어떻게 나왔는지 자식된 도리로 궁금하기도 하고 필요하다면 연차내고 병원에 동행해드리고 싶을 것이다. 가능한 빨리 일을 마쳐야 하고, 긴 통화를 위해 자리를 비워야 한다. 회의 중에 온 병원비 문자는 큰 걱정거리가 되고, 회의 맥락을 놓쳐버리게 만든다.

리더인 당신에게 비친 동료의 모습은 이전과는 다른 집중하지 못하고 제대로 된 결과를 낼 수 있을지 의문이 들게 만든다. 당연히 면담(혹은 1on1)을 할 것이고, 나타난 문제점에 대해 피드백을 주고 이전과 다른 모습에 대해 이야기할 것이다.

동료가 현재의 상황을 털어놓는다면 천만 다행이다. 동료의 현재 상황이 업무로부터 발생한 것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동료의 문제에 공감한다면 부담을 덜기 위해 리더 본인을 포함해 팀이 함께 동료가 우선은 가족을 먼저 돌 볼 수 있도록 짐을 나눌 수 있다. 그리고 인사/복지 정책을 더 많이 알고 있을 리더가 제도를 알려주거나 담당자와의 미팅을 주선해줄 수도 있다. 과정을 통해 문제를 겪는 동료는 팀과 리더가 중요한 존재라는 것을 느낄수 있고,리더는 어려움을 겪는 동료의 상황이 개선되면 이전 같은 기여를 확신할 수 있다. 개인 경험으로도 방학기간 유치원 종일반 하원 시간 때문에 고민하던 맞벌이 직원의 퇴근 시간을 한시적으로 조정해서 아빠와 아들과 팀장이 모두 행복했던 경험이 있었다.

그러나 구성원에 따라 면담 결과가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진행되기도 한다. 만약 공과 사를 분명하게 구분하거나, 업무에 집중하지 못하는 것을 자신의 문제로 인식하는 동료라면 면담에서 단순히 자신의 문제를 인정하고 반성한다는 이야기로 마무리 되겠지만, 인정한다고 부모님의 건강이라는 근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상황이 지속될수록 같은 면담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아, 자칫 일을 제대로 마무리 못하게 되거나 동료가 팀을 떠날 수도 있다.

리더에게 최악의 상황이다. 당장은 진행 업무에서 관리 범위를 벗어난 불확정 요소가 등장했다. 역량있는 구성원이 빠지면 일시적인 업무 수행 능력의 상실이 아닌 항구적인 손실이다. 이를 메우기 위해 채용을 포함한 더 많은 시간과 자원을 투입해야 한다.

리더십의 공감은 단순히 사람을 이해하는 것을 넘는다. 조직이 목표와 결과를 만들기 위한 가장 근본 요소는 사람이다. 사람이 결과를 만든다. 사람의 역량 발휘는 서있는 그 자리를 굳건히 지켜준 상태여야 한다. 그리고 사람으로 짜여진 조직 시스템이 큰 결과를 만들고, 더 큰 목표로 나아간다. 때문에 자리를 지키고 있는 개인의 문제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구성원의 입장이 되어 느낄 수 있어야 한다.

공적 구성원과 사적 개인

핵가족 시대를 넘어 1인 가족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개인의 프라이버시(Privacy)는 중요하다. 사회 생활, 조직 생활은 공적 활동 영역이다. 공적(Public) 영역에서 사적 영역의 침범이나 간섭은 민감한 이슈다. 사적 영역을 공유한다는 건 친구나 가족 사이에나 가능한 일이다.

공감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사적 영역을 알아야 한다. 리더십은 공적 영역의 역할이다. 리더십의 공감이 어려운 이유다. 특히 존댓말과 장유 유서와 같은 한국 문화는 공감을 더 어렵게 만든다. 실리콘밸리에서 공감을 조직 관리에 활용할 수 있었던 이유는 한국과 달리 나이 차이가 언어에 적극적으로 반영되지 않은 특성도 있다고 본다. 20대와 50대 엔지니어가 스스럼없이 “우리는 친구다.(We are friends)” 라고 이야기할 수 있으니 말이다.

리더는 공감을 위해 구성원의 사적 영역에 다가가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앞선 언급처럼 개인의 사적 영역은 반드시 존중되어야 한다. 업무 담당인 개인을 아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다. 아침 출근 후의 피곤 정도를 통해 출퇴근 거리를 가늠해볼 수 있다. 서울이 집인지, 경기도에서 출퇴근을 하는지 알 수 있다. 주말의 일상 이야기를 통해 1인 독립 세대인지, 부모님과의 관계나 부양 관계 수준을 알 수도 있다. 가정을 꾸민 구성원의 경우 아이가 있는지, 있다면 어느 정도 연령대인지 자연스럽게 알 수 있다. 사적 영역의 일부만으로도 공적 영역에서 구성원의 관점에서 상황을 바라볼 수 있는 단서가 될 수 있다.

리더는 구성원의 친구가 아니다. 물론 사적 영역에서 친구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리더가 친구같은 사이를 절대 주장해서는 안된다. 한국 사회에서 아들같고, 딸같은 나이 또래의 구성원을 만날 수 있지만 절대 아들이나 딸이 아니다. 권위를 앞세워 공감하겠다는 이유로 구성원의 사적 영역을 파고드는 행위는 절대 해서도 안되고, 용납되도 안된다. 사적 영역의 정보를 공개하는 건 구성원의 자유 의지에 의해 이뤄져야 한다. 자유 의지에 의해 이뤄졌다고 하더라도 그 범위는 신뢰 수준을 따라야 한다. 구성원이 다른 구성원 혹은 리더에게 보여준 신뢰 범위를 정보를 알게된 대상도 존중해줘야 한다. 구성원의 프라이버시는 반드시 존중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리더십 교육 과정에서 팀 리더는 구성원의 “아버지(어머니) 뭐하시는지?”를 알아둘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반면에 절대로 그 집에 젓가락 숟가락 개수를 알려고 하지 말라고도 강조한다. 구성원의 관점과 입장을 이해하는 필요한 수준에서 멈추고 개인을 존중해야 한다. 선을 절대 넘으면 안된다.

공적 구성원이 아닌 사적 개인을 아는 건 어렵다. 사람을 알아야 하는 이 어려운 과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무엇보다도 친해져야 한다.

친밀감

상대 입장에서 공감을 하기 위해서라도 그 사람을 알아야 한다. 피상적으로 아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앞서 가족의 어려움이 있는지 없는지 정도는 알아야 한다고 이야기했지만, 알자고 덤벼들면 안된다. 누구도 개인 이야기를 꺼내 놓지 않는다. 이야기를 꺼내놓을 수 있는 사이가 되야 한다.

리더십은 조직 피라미드 계층의 높은 위치(High position)에 있고, 일반 구성원은 낮은 위치에 있다. 일반적인 구성원은 이런 높이 차이를 알고 있다. 친해지자고 높이를 뛰어넘는 구성원은 없다. 그렇기 때문에 리더가 먼저 다가가야 한다. 허리를 숙이고 무릎을 굽혀 높이를 맞춰야 한다. 구성원은 할 수 없어도 리더는 높이를 극복할 수 있다.

친밀감을 쌓는 첫 걸음은 자주 보는 것이다. 스몰토크(Smalltalk)가 강조되는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정해진 회의실이 아닌 자리 옆에서 간단히 짧게 이야기를 하는 것이 자주 보는 것을 실행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회의실이라는 공간이 주는 무게감은 가볍게 친해질 기회를 주지 못한다. 이에 반해 업무 이야기라도 자리 옆에서 2~3분 정도 짧게 나누는 대화를 종종하는 것이 더 좋다. 회의실 테이블 건너 거리(1.5m)가 자리 의자 옆(30cm)으로 준다. 짧은 시간이지만 1:1로 상대방과 내가 온전히 한 주제에 집중할 기회다. 개인적으로 구성원을 자리로 부르기보다는 시간되는지 확인 후 담당자 자리로 찾아가 궁금한 점을 질문하고 답을 듣는다. 궁금한 점을 바로 해결할 수 있을 뿐더러, 리더가 찾아간다는 사실만으로 구성원의 존중감을 높일 수도 있다.

친해지는 방법으로 모임의 힘을 활용하는 것이 좋다. 대상이 많은 경우, 개별적인 친밀감을 쌓는 방식은 자칫 특정인에게 과도한 관심을 주거나 사적 영역에 대한 지나친 관심을 갖는다는 불필요한 오해를 만들 수 있다. 이에 반해 집단이 모여 이야기하는 자리는 각자가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다른 이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으며, 또 이야기를 덧댈 기회도 있다. 업무 이외의 날씨, 취미, 사회 이슈에 대한 풍부한 꺼리가 있다. 리더십 여부를 떠나 자연스럽게 각자가 어떤 관심사가 있고, 뭘 재미있어 하는지 알 수 있다. 쏘카의 기술 조직에서는 반기 단위로 기술 조직과 제품 조직을 임의로 인원 구성을 섞어 진행한 소풍 제도가 있다. 서울숲이라는 좋은 공간이 있어 가능했지만, 이런 기회를 구성원들이 적극적으로 즐긴 이유는 조직의 다른 구성원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팀 점심은 서로가 서로를 알 수 있는 가장 좋은 자리다. 팀원끼리 밥먹는 건 한국만이 아니라 미국에서도 중요하게 생각한다. 라이엇게임즈 시절 미국 출장을 가면 매번 협업 팀 점심에 초대 받았다. 기술 영어가 아닌 일상 영어라 개인적으로 곤욕스러웠지만, 오가는 이야기를 통해 어떤 친구가 있고 어떤 성향인지 알 수 있었다. 또 한국팀이 해결하고 싶은 문제가 왜 문제인지를 자연스럽게 전할 시간이기도 했다. 원래 이런 형태의 점심을 매일 하는지 궁금했는데, 팀 EM(Engineering Manager, 한국식 팀장)에 따르면 1주일에 2회, 전체가 참여하는 점심을 갖는데 그 시간에는 모든 구성원이 참여한다고 한다. 밥 먹으면서 서로를 알아가는 건 동서양을 막론하고 같다.

개인적으로 회식을 강조한다. 특히 프로젝트 회식의 경우 꼭 필요하고 되도록 많은 사람이 참가할 수 있도록 하라고 한다. 프로젝트와 같이 여러 팀/조직이 함께 결과를 만들어야 하는 경우에도 참여자를 알 기회가 필요하다. 알게 되면 이해하게 되고, 돌려 말하는게 아니라 바로 이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회식에 대한 비판적 의견이 있는 것을 안다. 억지로 마셔야 하는 술이나 높은 분이 자리를 떠날 때까지 집에 가지 못하는 분위기 등. 이런 방식은 없어져야 할 방식이고, 리더십이 스스로 이 방식을 없애야 한다. MZ 세대가 회식을 싫어하는게 아니다. 억지로 마셔야 하는 술과 새벽까지 이어지는 술자리를 싫어할 뿐이라고 생각한다.

어색한 형 동생

친밀함이 쌓이다보면 자연스레 한국적인 호칭이 등장한다. 바로 형(님) 혹은 동생(아우).

공적 영역이 사적 영역에 함부로 들어가면 안되는 것처럼 사적 영역이 공적 영역에 관여하는 것도 차단하는 것이 옳다. 개인의 집합이 조직이라는 사회 집합을 만들기 때문에 조직 역량을 최대치로 만들기 위해 개인을 알아야 한다. 하지만 개인이 형님, 동생이라는 강한 친밀 관계를 통해 조직에 영향을 미치면, 조직이 달성해야 할 목표보다 개인 목표가 우선될 수 있다.

구성원이라면 조직 목표에 따라 움직여야 하고, 경우에 따라 조직의 큰 목표(Global Maximum)를 위해 개인(혹은 세부 조직)의 목표(Local Maximum)가 희생될 수 있다. 강한 개인적인 친밀 관계는 희생에 저항할 근거를 줄 수 있다. 현명한 리더라면 굳이 조직 운영 관점에서 친밀함의 선을 가지고 있어야 하고, 이를 넘는 경우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피드백을 제공해야 한다. 사회 생활 통해 알게 된 인간 관계에서, 형, 동생 관계는 매우 신중해야 한다.

리더십의 커뮤니케이션 – 이해하기

이해하기

사람은 모두 이기적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행동하는 존재다.

가족처럼 스스로 선택할 수 없는 경우를 제외하면 사람은 집단이 추구하는 이익과 개인의 이익이 부합할 때 사회 집단을 이룬다. 개인은 집단 내 행동(기여)을 통해 개인 이익을 달성하고자 사회 구성원이 된다. 리더십은 집단의 이익이 최대가 되도록 개인의 행동을 이끌어내는 역할이다. 리더십은 구성원의 행동이 집단 이익에 부합하도록 이끌어내야 한다. 조직 관점의 좋은 리더는 개인과 집단 이익이 충돌하는 상황을 최소화해야 한다. 만약 이해 충돌 상황이 발생하면 이성적인(논리적인) 해석을 통해 집단 이익이 우선 될 수 있도록 구성원을 납득되도록 만든다. 안되면 “어쩔 수 없다. 받아들여라.”라고 말해야 한다. 이것이 한국 사회에서 전통적으로 발휘해야 할 리더십의 역할이고, 소통 방법이었다.

우리가 종종 간과하는 것은 사회 변혁이다. 인류는 농경 사회를 통해 본격적인 조직화를 이뤘고, 산업 혁명을 거치면서 사회 자체의 구조와 구성원의 역할을 재정의했다. 농경 사회에서 구성원은 1차 노동력을 제공하는 존재였다. 증기 기관을 통해 촉발된 산업 혁명은 기계를 통한 대량 생산 시대를 열었고 , 구성원은 학습(교육)을 통해 기계를 다룰 역량이 필요했다. 노동을 위한 학습은 상류 지배 계층의 전유물로 여겨진 지식이 일반 대중에게 빠르고 폭넓게 전파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지식의 보편성과 평등성이 일반화되며 기술 발전이 가속화되었다. 다만 이러한 흐름은 지역(혹은 국경)적 한계를 뛰어넘지 못했기에 제국주의와 식민 지배, 그리고 최근까지 이어지는 개도국과 선진국의 불균형을 유발시키는 요인이 되었다.

새로운 변혁은 대량의 정보 유통이 인터넷을 통해 가능해지면서 지식 혁명으로 등장했고,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 구성원은 광대역 네트워크를 통해 다양한 정보 접근이 가능해졌으며, 실시간으로 흐르는 많은 정보를 취사, 선택할 수 있는 역량이 더욱 중요해졌다. 그리고 현재의 AI 혁명 시대는 유사 인간 지능을 갖춘 AI를 효과적으로 다룰 수 있는 역량을 구성원에게 요구할지도 모르겠다.

시대 변혁의 시기별로 구성원에게 요구되는 역량 변화는 있었지만, 개인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집단이 필요하다는 것, 그리고 집단의 이익을 실현을 바탕으로 개인의 이익 역시 실현 가능하다는 것이 아직까지 변하지 않는 사실이다. 집단의 이익이 구성원의 이익이 될 수 있도록 방향을 잡는 리더십의 역할은 변혁의 유무와 무관하게 항상 강조될 수 밖에 없다.

역사는 사회 변혁의 시점마다 등장한 여러 리더십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한국 사회의 변혁기에 여러 리더십 본보기가 있었다. 세종대왕이나 이순신 장군도 좋은 본보기이고 산업화 시대를 관통하며 경제 신화를 이끈 정주영 회장이나 이건희 회장 역시 한국의 산업 혁명 시대를 이끈 본보기라고 할 수 있다. 최근 사례를 든다면 마이크로소프트의 사티아 나델라 역시 좋은 리더십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2차 대전 실화 배경의 드라마인 밴드 오브 브라더스(Band of Brothers)에 등장하는 윈턴스 소령의 리더십을 많이 인용한다. 이들 모두는 조직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결과물을 만들었다.

시대를 불문하고 좋은 리더십의 공통적인 특징은 자신이 이끄는 사람들과 소통하는 능력이다. 좋은 리더십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격변의 시점에 이들이 느끼는 어려움을 듣고 이해하려 노력했기  때문이다. 리더는 결과를 만들기 위한 구성원의 노력이 실제적인 성취에 도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때문에 구성원이 고생하는 근원적 문제를 파악하기 위해 그들의 목소리를 듣고 이해해야 한다. 더해서 변화하는 사회 흐름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그리고 본인을 포함한 구성원이 현재를 정의한 한계 요인(Limits)을 새로운 관점에서 보고 도전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한다. 세종대왕님이 백성을 이해하셔서 한글을 창제와 한류는 리더십이 환경을 변화시켰을 때 나타날 수 있는 대표적인 예시라고 생각한다.

특히나 지식 혁명의 시대의 리더는 조직 목표에 구성원들이 참여하도록 끊임없이 토론하고, 단순한 지시가 아닌 경청과 이해를 바탕으로 역할을 나눠야 한다. 기계 혹은 노동력 중심의 산업화 시대처럼 한쪽의 정보 우위를 기반한 일방적 지시가 먹히지 않는 시대가 지식 혁명 혹은 지식 산업 시대다. 넘쳐 흐르는 정보 과잉 시대에 올바른 취사 선택을 위해서라도 양방향 소통은 필수이다.

우리는 이성 혹은 논리를 통해 주변 상황을 인지하고, 판단하고 행동한다. 세상을 바꾼 많은 발명과 발견은 이성의 도움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이해를 위해 이성이 일차적으로 동작해야 한다. 대화의 맥락을 논리적으로 해석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단순히 사람이 가진 외형적인 특성이나 단순 언어를 논리 분해하는 것만으로 충분한 이해에 도달할 수 없다. 사람은 기계나 물건이 아니기 때문이다. 종종 우리는 왜 그 사람이 그런 행동을 하는지 이성적으로 판단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한다. 이 상황에 등장하는 것이 감정이다.

감정은 사람을 더욱 사람답게 만든다. 이성으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행동을 그 사람의 감정을 알았을 때는 이해할 수 있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리고 감정이 이성보다 행동 결정에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한다는 것은 2002년 심리학자인 다니엘 카너먼이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함으로써 학계를 통해 인정받았다. 합리적인 인간(Econ)을 전제로 펼쳐졌던 애덤 스미스의 경제학 모델이 왜 실제 인간 세상에서 이론적 예측대로 동작하지 않는 원인이 사람의 감정에 있고, 이를 제대로 알아야 사람 사는 세상에서 실효성있는 경제 모델로 동작한다는 것이 경제학의 주류로 자리잡은 행동경제학(Behavioral Economy)이 되었다.

리더십을 통해 우리가 이루고자 하는 것은 함께하는 사람들이 목표를 달성해서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사람들이 행동하게 하기 위해서 우리는 행동에 참여하게 해야 한다. 사람이 원하는 것을 이성적으로 파악하고, 왜 그것을 원하는지를 감성으로 이해해야 한다. 이것이 상대방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며, 우리는 이것을 공감(Empathy)라고 부른다.

리더십의 커뮤니케이션 – 소통

Communication

사람이 모여 사회라는 구조가 이뤄진다. 사회 공동체의 움직이는 방향을 설정하는 역할을 우리는 리더십이라고 부른다. 공동체 안에서 개인은 자신이 원하는 바를 현재의 공동체에서 얻고 있거나 미래 공동체에서 찾을 수 있다고 믿는다. 그렇기 때문에 공동체의 움직이는 방향에 동참해 본인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리더십을 발휘한다는 것은 공동체의 방향을 설정하는 일이다. 리더십은 공동체 구성원이 원하는 바를 알아야하고, 미래 구성원이 공동체의 미래에 원하는 바를 달성할 수 있다는 믿음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사회라는 조직을 좁혀 회사라는 범위로 줄여봐도, 구성원이 생각하는 현재 가치와 미래 가치를 알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달성하기 위한 가장 핵심적인 도구 가운데 하나가 커뮤니케이션(Communication)이다.

소통이란

영어로는 커뮤니케이션이지만 한글로 이야기하면 소통(疏通)이라고 해석한다. 疏通을 한자 그대로 풀어보면 “물 흐르듯 통한다.”라는 뜻 풀이가 된다. 물 흐르듯이 통한다라는 의미는 뭘까? 막힘없이 언어가 전달되고, 뜻을 해석하기 위해 시간을 들일 필요가 없다는 의미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대화에서 저 사람이 나에게 이야기하는 의미를 곱씹어야 하는 상황이라면 제대로 소통하지 못하고 있는 중이다.

해석의 여지가 없는 명쾌한 소통이 필요한 시대이고, 중요성도 커졌다. 우리는 2021년부터 시작된 팬데믹을 거치면서 온라인을 활용한 대화가 크게 증가했다. 팬데믹(Pandemic) 이전에는 사람과 만나서 대화하는 소통 방법이 주류였지만, 팬데믹 기간을 거치며 재택이라는 새로운 근무 방법이 주류가 됐다. 팬데믹이 종료된 이후 “오피스 퍼스트(Office First)” 정책 실행으로 많은 직장인들이 사무실로 복귀했지만, 재택 기간에 소통 수단인 슬랙(Slack)과 같은 메신저가 여전히 주요 소통 수단으로 자리잡았다.

사람 셋만 모여도 정치를 한다는 말처럼 여러 사람이 모인 조직 내 의사 소통 과정에서 발생하는 잡음은 생각지 못한 비용을 추가한다. 대면 대화 과정에서도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특히 상대방의 표정이나 제스처(Gesture)를 확인할 수 없는 문자 기반의 소통은 종종 작성자의 의도와 전혀 다른 논란을 만들기도 한다.

사회 구성원의 규모를 떠나 소통의 중요성은 커지고 있다. 소통의 부재 혹은 단절은 구성원의 신뢰를 해치고, 갈등을 만든다. 특히 기업과 같은 사회 조직은 소통 과정에서 발생하는 갈등으로 인해 성과(Performance) 저하라는 직접적인 손해를 입는다. 특히나 빠른 의사 결정을 통해 시장을 공략해야 할 테크 기업에게는 단순한 매출과 수익의 단순 문제가 아니라 미래 가치 실현 가능성까지 의심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인종 차별과 포용

미국에서 조지 플로이드 사건으로 촉발된 인종 차별 문제는 미국 사회의 근원적 차별 문제를 수면 위로 올렸다. 자연스럽게 대규모 인원을 고용하던 빅테크 기업의 직장내 차별(인종, 성차별, 성소수자) 문제로 연장되어 기업의 평판 뿐만 아니라 성장을 이루기 위해 필수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임을 인식시켰다. 이 시점을 기준으로 미국내 빅테크 기업을 중심으로 D&I(Diversity and Inclusion – 다름의 인정과 포용) 정책을 시행하기 시작고 전직장이었던 라이엇 게임즈에서도 미국 본사 뿐만 아니라 전세계 국가의 각 오피스에서 관련된 교육 프로그램을 필수 이행하도록 했다.

빅테크 기업에서 D&I 정책에 열심이었던 이유는 단순히 사회 이슈에 관심을 두고 있다는 브랜딩 차원의 접근만이 아니었다. 한국 지사에서 근무하던 나 조차도 미국 본사를 방문해 회의를 하다보면 가끔씩 아시아인에 대한 차별적 언행이나 표현을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제대로된 미국식 영어를 구사하지도 못했고, 네이티브의 언어를 완전히 이해할 수준의 언어 소통 능력이 떨어져 화이트보드에 그림을 그려가며 확인하고 확인했던 모습이 그리 탐탁하게 받아들여질리 만무였다. 더구나 한국 시장 환경과 문화적 차이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기능 개발 내용에 무관심한 경우도 있었다. 당연히 실제 개발 작업에 들어간 시간보다는 차이를 설명하고 이해시키는데 들어가는 시간이 몇 배 더 들어갔다. 결국 적시에 결과물을 만들지 못하고, 시기를 놓쳐 기업의 성과를 떨어뜨리는 요인이 될 수밖에 없었다. 출장으로 잠깐 머무는 이방인의 시각에서도 느껴졌던 차별과 이로 인한 성과 저하는 기업의 입장에서 더 높은 성과를 만들기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임에는 틀림없다.

비교 사회와 세대 단절

차별에 대한 문제는 서구의 문제만은 아니다. 한국 상황을 보더라도 남녀 차별에 대한 문제는 지속적으로 제기된 문제였고, 최근엔 이에 더해 세대 갈등 문제가 조직 사회의 이슈로 자리잡았다. 1970년대 태어난 X세대를 기점으로 세대간의 단절은 조직내 구성원의 소통 문제를 부각시켰다. 특히 MZ 세대를 대표하는 1990년대 및 2000년대 초반 세대가 사회 구성원으로 참여하기 시작하며, 이들 세대를 바라보는 X세대를 포함한 기성 세대는 “요즘 애들은 이상하다.”라는 세대 차별적 시각을 갖게 되었다.

X세대인 본인 역시 1998년 IMF와 2000년대 초 닷컴버블을 겪었지만, 자신의 눈높이 문제만 아니면 가정을 이루고 가족의 생계를 책임질 수 있는 경제적 바탕을 마련할 수 있었다. 이후 세대인 MZ 세대는 적어도 절대 빈곤이 사라진 대신 상대 비교에 의한 경쟁을 본격적으로 강요받았다. 그리고 MZ 세대는 저출산 세대다. 가족 구성원에서 한 두 자녀로 적어지면서 기대는 올라갔고 비교는 격렬해졌다. 교육이 시작되는 청소년기부터 절대가 아닌 상대 비교의 경쟁 체제에 내몰렸다. 저출산이 심화될수록 내 아이를 성공시키겠다는 기성 세대의 열망은 치열해졌고 MZ 세대의 경쟁 역시 과열되었다. 오죽하면 돼지맘이나 헬리콥터 맘이라는 신조어가 낯설지 않은 한국 사회가 되었다.

한국 사회는 높은 경제적 성장을 이뤘다. 그리고 소셜 미디어등을 통해 공유되는 풍요로운 삶의 수준이 일상적인 성공 기준이라고 강요받고 있다. 비교 중심의 사회는 이제 막 사회 생활을 디딘 사회 초년생들에게 더 높은 성공 기준을 제시한다. 당연히 이전 세대에 비해 성공은 어렵고, 성공하기 위해서는 이전 어느 세대보다 노력하고 성장해야 한다. 그래야만 원하는 성공 목표에 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비교 중심 사회 구조에서 우리라는 공동체보다 개인에게 더 큰 의미가 부여된다.

인종 차별과 세대 단절은 소통의 부재를 만든다. 대화의 의도를 한번 더 생각한다면 제대로 된 소통이 아니다. 소통하기 위해서는 대화 참여자들의 이야기를 제대로 들어야 한다. 제대로 듣기 위해서는 말의 논리적인 흐름과 함께 말하는 사람 자체를 알아야한다. 제대로 알기 위해 사람이 속한 사회, 배경을 알아야 하는 이유다. 뒤돌아보면 X세대가 20대, 30대였을 때 닷컴붐에 환호하고 절망했을 때 베이비부머 세대는 이 모습을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다. 결국 소통을 위해 이해가 필요하다.

리더십으로의 정원사

최근에 읽은 책인 Team of Teams와 Finite and Infinite Games에서 함께 언급된 것이 정원사(Gardner)이다.

Team of Teams에서는 자율 기반의 조직에서 리더십 모델 가운데 하나로 정원사를 언급했다. 짜여진 대로 움직이는 것이 아닌 정원이라는 공간에서 큰 틀을 잡아주는 존재로써 정원사를 이야기한다. 자연이라는 환경은 내가 원하는 대로 만사가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잘 되는 것도 있고, 망하는 것도 있지만 정원이라는 큰 틀에서 각자가 의미를 보탠다.

정원사가 할 일은 정원이라는 공간의 의미다. 정원을 단순히 한해 잘 해보겠다고 시작하는 사람은 없다. 공간의 의미를 정의하고 몇 년에 걸쳐 완성되는 것을 지휘하는 역할이 정원사다. 되려 완성이라는 것도 정의할 수도 없다. 발전이라는 단어도 무색하다. 그저 변화가 있을 뿐이다. 정원사는 정원을 통해 바라던 것들이 바라던 대로 흘러가도록 방향을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이 관점이 자연스럽게 Infinite Game과 같은 의미를 갖는다. 완결된 목표를 향하는 것이 아니라 의미를 추구한다. 나 혼자일 수도 있지만, 함께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함꼐 의미를 추구하는 공간이 정원이다. 혹여 함께하는 사람이 없더라도 스스로에 만족하면 된다. 다행스럽게 공감하는 사람이 있다면 함께 정원 가꾸기를 하면 된다.

정원에 잔디도 있고, 허브도 있고, 튤립도 있고, 장미꽃도 있다. 모든 식물이 잘 자라야 함은 기본이다. 정원사는 거름도 주고 잡초도 뽑는다. 하지만 이에 못지 않게 해야 할 일은 웃자란 가지를 쳐주거나 과하게 자란 허브를 뽑아내기도 해야 한다. 물론 풍토와 맞지 않거나 기대만큼 자라지 못한 식물의 경우에는 과감하게 뽑아내고, 다른 작물로 대체시키기도 해야 한다. 그래야지 정원이 된다.

변화의 시대에 큰 조직은 정원에 비견된다. 허브나 튤립이 잘 되야 하는 것처럼 단위 팀들이 제 몫을 해줘야 한다. 땅을 일구고 거름을 주는 것처럼 팀이 최고의 기량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리더의 역할이다. 물론 상황 변화에 맞춰 조정이 필요한 경우에 조직 변화를 실행할 수도 있어야 한다. 자연을 통해 정원이 자연스럽게 의미를 찾아가는 것처럼 조직의 각 단위가 스스로 적응하면서 의미에 기여하도록 조율자를 리더가 수행하면 된다. 리더는 의미이자 의미가 흘러가는 변화의 방향성을 제시한다.

나는 큰 판을 꿈꾼다. 큰 판에서 내가 원하는 것은 승리자가 아니라 변화다. 과연 변화의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인가가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 여행

싱가폴 날씨는 변화무쌍했다.

와이프 동반으로 몇일 싱가폴에 다녀왔다. 자주 갈 수 있는 곳이 아니다보니 되도록 예측 가능한 일정을 수립하고 여행하고 싶었다. 모시고 가는 분이 시간을 허투로 쓰는 걸 극혐하시는 스타일이시라… 맞춰드리기 어렵다. 하지만 일주일 전 날씨 확인하고 짠 여정을 전날 다시 확인하니 그나마 해가 난다던 하루마저 비 표시로 채워졌다는… 그나마 전망대 코스였는데, 이걸 어떻하나? 난감 그 자체였다.

급한 마음에 현지에 사는 친구에게 비를 대비한 옷차림을 물었더니 비가 오면 맞으면 되고, 강하게 내리면 쇼핑몰로 가면 된다는 기대와 다른 답이 돌아왔다. 실화냐? 좀 현실적인 답을 줄 것이지 진정성이 전혀 없어보였다.

현지에 도착해 여행하다보니 그 말이 어떤 의미인지 알게 됐다. 걷는 길 대부분이 지붕 통로여서 약한 비는 안젖고도 이동할 수 있었다. 정말 강한 비가 내리면 가게에서 커피 한잔하고 있으면 이내 잦아들었다. 물론 동선이 꼬이는 건 당연했고, 예정했던 일정대로 완벽히 흘러갈리 없었다. 하지만 새로운 곳을 찾아 떠났다는 것과 빡빡한 일정 사이의 예상 못한 쉼은 여행의 본질에 충실한 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쉬면서 잠깐 돌이켜보니 변화 무쌍한 환경에서 조직을 이끄는 리더가 대비됐다. 명확히 예측하고,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에 책임지는 사람이 리더다. 구성원들의 목표 달성을 위해 필요한 환경을 구성하는 것 역시 리더의 몫이다. 하지만 예측대로 놔두지 않는 변수들이 사방에 널렸고, 고착화된 환경은 아무리 노력해도 바뀌지 않는다. 이 상황에서 리더가 해야 할 일은 적응하는 것이다. 이상적인 비즈니스와 조직을 추구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언제나 예상 못한 변수와 변화가 다반사로 일어하는 것이 현실이다. 현실을 인정하고 수용해서 최선의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할지 리더가 최종적으로 결정해야 한다.

“여행”이라는 본질을 추구하고, 변칙을 수용하면서 환경에 적응해 “여행”의 가치를 결과로 만들어내는 것이 리더의 역할이라고 생각을 다시금 했다. 물론 현지를 잘 아는 친구의 피드백을 수용하는 것 역시 당연히 필요하고.

덕분에 여행 잘 마치고 일상으로 복귀했다.

AMA와 Anonymous 질문

리더는 의사 결정하고 구성원과 소통해야 한다. 스스로도 소통의 필요를 느껴 작년 6월부터 AAA(Ask Anakin Anything) 세션을 진행해오고 있다. 무엇이든 리더가 듣는게 중요하기에 구성원이 목소리를 내도록 무기명(Anonymous) 질문을 받았다. 말해야 들을 수 있고, 들어야 회사나 조직의 운영에 반영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무기명 질문의 임팩트는 대단했다. 첫 AAA 60분 시간에 100개가 넘는 무기명 질문이 들어왔다. 최선을 다해 질문들에 대해 답했다. 거친 시기를 지나고 있었기 때문에 말 그대로 질문도 거칠었다. 뾰족한 답을 주기 어려운 질문들도 있었고, 말꼬리 잡기도 있었다. 본부 수준을 넘어선 회사 정책이나 방향에 대한 질문은 즉답을 주기 어려웠다. 일부분은 경영진과 상의 후에 결과를 만들기도 했지만 그 자리에서 “됩니다.” 혹은 “해결하겠습니다.” 라는 속 시원한 답을 주지 못헀다. 그러다보니 이후에도 AAA 세션에서 Anonymous로 거친 질문이 이어졌다.

무기명 질문에 대해 우려의 시선이 적지 않았다. 욕 먹을게 뻔한데 구태여 AAA를 해야하는지, 적어도 무기명 질문을 없애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사실 현타가 왔던 적이 몇 번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요하고 지금까지 계속 하는 이유는 변함없다. 듣기 위해서. 추측이 아닌 불만 그 자체, 그리고 강도를 알아야 한다. 비난이라 하더라도 구성원이 이걸 표현하는 건 회사와 조직을 생각한다는 증거다. 최악은 아무 질문도 없는 것이다.

무기명 질문에 대해서는 나름 기대치가 있다. 언젠가는 구성원들이 Anonymous가 아닌 본인 이름으로 질문하지 않을까? 본인들이 자신 이름을 걸고 질문해도 될 만큼의 심리적인 안정이 아닌 안전을 느끼는 시점을 생각한다. 조직장이라는 계급이 만든 수직 구조에서는 많이 이야기하는 수평적 커뮤니케이션을 기대하기 힘들다. 일반 직급 직원 입장에서는 “안전(Safety)”하다고 스스로 느껴야 안전한 것이다. 괜찮다고 오라고 해봐야 그럴 수 없기 때문에 다가가야 하고, 다가가는 역할은 리더의 큰 몫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이번 달 진행한 AAA 세션에서 무기명 질문이 딱 1개 였다. 물론 5분 전체 공유 사항이 “교육”에 대한 내용이었기 때문에 민감도가 낮은 것도 이유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각자가 자신의 이름으로 질문을 해준 것에 고맙고 감사하다.

작년 말과 올해 1, 2월에 걸친 AAA 세션에서 질문의 방향과 강도에 대한 일부 변화가 느껴졌다. 전반적으로 무기명 질문이 감소했고 질문의 방향 역시 건설적이었다.

다만 절대적인 질문 수가 주는 건 개인적으로 아쉽다. 해결되지 않는 질문 해봐야 의미없다라는 구성원들의 생각이 있기 때문일거라고 추측은 해본다. 이 부분은 이래저래 아쉬운 부분이다.

조직은 고착화되면 안된다. 지금을 움직이는 정의된 프로세스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변화하는 환경 요소들이 입력되어 다음 단계의 프로세스가 등장해야 한다. 리더를 포함한 조직 구성원들의 소통이 정체되는 순간 프로세스의 발전은 멈추고 조직이 일하는 역동성 역시 그 지점에 멈춘다. 아직 쏘카는 정체기를 추구하기에는 더 큰 성장이 필요하다. 더 큰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라도, 리더인 나도 소통의 장을 열기 위한 노력을 멈추면 안된다. 다짐이다.

– 끝 –

ps. 김영한님을 모셔보려 했으나, 일단 불발. 하지만 구성원들이 원하시니 기회는 계속 찾아보는 것으로.

리더십 단상

본인이 아무리 능력 좋아도 본인이 실행할게 아니면 결정자가 아닌 조언자가 되어야 한다. 실제 일하는 사람이 내가 아니라면 “나라면 말이지…” 라는 표현은 함부로 할 말이 아니다. 설령 내가 그 사람의 상관이라도 마찬가지다. 그저 관리(Management)를 하면 된다. 낭떠러지로 떨어지지 않게 가드레일 수준의 관리일지 아니면 자전거가 넘어지지 않게 뒤에서 잡아주는 마이크로 방식일지만 정하면 된다. 마이크로 매니징을 하더라도 결국엔 내 손을 자전거에서 놔야 하는 것처럼 스스로 일을 진행할 수 있어야 한다.

섣부른 혹은 지나친 관리는 되려 관리받는 사람을 망친다. 넘어지는게 걱정되서 그런다면 그냥 빨리 넘어지게 두자. 넘어져 무릎이 깨지고, 손이 까져봐야 자전거도 타게 된다. 빨리 실패하고 툭툭 털고 일어날 수 있도록만 응원해주면 된다. 그렇다고 코가 깨지면 아예 자전거 안탈 수 있으니 이건 조심하자.

나를 타인에게 주입하지말고 그냥 이해하기만 해도 좋다. 공감까지라면 최선이겠지만, 사실 공감 매우 어렵다. 주변에 말을 들어볼려고 하지도 않고 비교하고 탓하면서 공감 운운하는 사람 여럿 봤지만 공감 아니다. 대부분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고, 그 때의 그 사람을 기억해주기만 하자. 그리고 지나는 길에 “요즘은 어때요?” 라는 질문이면 충분할 것 같다.

리더는 실행해서 완결짓는 사람이고, 그래서 점 못찍으면 본인 잘못 인정해야 한다. 여전히 열심히 하고 있다는 끝나지 않는 무한 진행형은 리더로써 할 이야기가 아니다. 마침이 있는 일정을 가지고 있고, 동료들에게 지도를 가지고 설명해야 한다. 험난한 과정은 항상 있는 것이고, 숨기면 안된다. 그리고 함께 헤쳐나가는 동료들에게 감사와 존중의 마음을 표현해야 한다. 그러나 결과 만드는데 동참못하고 이상이 이렇네 저렇네 떠드는 구성원은 가능한 빨리 배제해야 한다. 썩을 가능성이 높거나 이미 썪었을 수 있다.

리더십 교육을 매번 신임 리더들에게 해주고 있지만, 언제나 이론과 실제는 다르다. 아프지만 현실이다. 그리고 현실은 언제나 가장 바쁠때 제대로 체감하는 것 같다.

 

2024년에 대한 짧은 생각

2023년을 바쁘게 보내고 나니 어느새 2024년이다. 많은 일이 있었고, 개발 조직을 넘어 이일 저일에 관여하며 정말 바쁜 한해를 보냈다. 그리고 2024년을 쏘카의 또다른 도전에 함께하며 스스로 기대치를 정리해본다. 내년 이 맘때에 한 해를 돌아보고 만족감으로 이 글을 다시 읽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 거칠었던 2023년
  • 도전을 성장으로. 그리고 쏘카의 엔지니어 인재상
  • 쏘카2.0 – 더 큰 도약을 위한 기초 공사
  • 사람 그 자체로의 사람
  • 리더

쏘카는 상장 이후 수익성을 담보하기 위해 노력하던 중 2023년 중반 급격한 변침을 했다. 예측하기 힘든 시장 상황이라 기존 시스템의 효율을 높이고, 안정성을 우선했지만 격랑의 환경에서 쏘카의 가치를 입증하기에 충분치 않음을 자각했다. “자유롭고 행복한 이동을 실현하기 위해 과연 우리는 어떤 방향성을 가져야 할까?”의 답을 탐색하는 여러 시도를 바탕으로 “쏘카 2.0″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거칠었던 2023년

2023년에 얼마나 거칠었을까? CPO님이 정리한 프로젝트 자료를 토대로 진행한 프로젝트 수를 분기별로 세어봤다.

새로운 탐색을 시작한 2분기부터 확실히 진행하고 완료한 프로젝트 건수가 늘었다. 덕분에 쏘카2.0의 방향성을 수립할 수 있었다. 또한 쏘카 엔지니어링 조직의 근육도 이전에 비해 더 탄탄해졌다.

도전을 성장으로. 그리고 쏘카의 엔지니어 인재상

숫자는 쏘카 엔지니어링 조직 역량이 발전하고 있음을 말한다. 확신없던 기대가 얼추 맞아 들어 기뻤다. 이정도 탄탄함이라면 쏘카의 더 큰 가능성을 꿈꿔볼 수 있다는 자신감이 들었다.

기대 이상으로 발전한 역량의 원동력은 구성원 자신이다. 각자가 쓰나미 같이 다가오는 과제를 단순히 일이 아니라 도전 목표로 받아들이고, 본인의 가치 실현 계기로 활용했기 때문이다. 대다수의 엔지니어 분들이 우리가 추구하는 바를 “문화(Culture)”로 생각하고 있다는 행복 회로를 돌려본다. 절대적인 시간이 필요한 순간에 야근과 특근으로 본인 시간을 희생해준 “투지”가 결과를 만들어냈다.(ps1)

물론 구성원 혼자만의 노력으로 된 건 아니다. 앞에서 땡겨주고, 뒤에서 밀어준 혹은 좌절하고 있는 어깨를 토닥여준 리드(팀장 혹은 TL)들이 있다. 리드들이 보여준 헌신에 깊은 감사를 표한다. 일이 되게 만든 1등 공신일 뿐만 아니라 주니어들이 그 이상의 몫을 해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실패의 책임은 구성원이 아닌 리드가 진다.“라는 조직의 모토를 적극 수용해줬다. 덕분에 방어적인, 실패가 두려워 한 발자국도 안 움직이는 복지부동 조직이 아니라 넘어져도 툭툭 털고 일어날 수 있는 조직이 됐다.

이 과정에서 고민하고 신경을 쓴 부분은 인재상이다. 인재상에 맞춰 구성원들이 움직이고 있는가? 혹은 인재상에 구성원들이 스스로 능력을 맞춰 갈 수 있을까? 그리고 구성원이 적극적으로 호응했을 때 구성원의 업(커리어 – Career) 관점에서 도움이 될까?

단순한 바램은 구성원들이 시간을 그저 흘러가도록 내버려두지 않았으면 한다. S/W 엔지니어로써 그 시간만큼 혹은 그 이상 발전을 기대한다. 투자다. 그리고 쏘카의 일원인 동안에는 적어도 인재상의 상승 곡선을 타고 올라갈 수 있는(혹은 그 이상이 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싶다. 일을 강요가 아닌 기회로 도전하고, 역량 발전이라는 값어치를 얻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리더십의 역할이 아닐까 싶다. 이것이 구성원과 쏘카 모두 함께 성장하는 길이다.

쏘카2.0 – 더 큰 도약을 위한 기초 공사

가능한 많은 기회가 있었으면 한다. 이 관점에서 쏘카의 2024년은 많은 도전 과제가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쏘카 2.0“이 있다. (관련 기사) 쏘카 2.0의 핵심은 단기 카셰어링과 플랜(월 단위 차량 대여)를 통해 차량 운영 효율을 극대화시켜 차량 가치(LTV – Life Time Value)를 높이고, 스테이를 포함한 여러 이동 서비스를 여정 플랫폼으로 담아내 고객 가치를 높이는 두 축을 완성하는데 있다. 쏘카가 가장 잘하고 있는 카셰어링의 장점을 극대화하고, 이동 수단으로써 차량을 포함한 고객의 여정을 쏘카를 통해 이야기하려 한다. 2026년까지 쏘카가 실현할 전략이다.

간략히 표현했지만 그림에 담긴 여러 의미 요소들을 완성하는 것은 만만치 않다. 쏘카의 차량 운영 시스템은 견고하게 현재를 지탱하고 있다. 그리고 2.0 전략의 성공 여부는 쏘카의 카셰어링이 지렛대로써 얼마만큼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지에 달렸다. 더 큰 효과 발휘를 위해서는 효율성을 지금보다 끌어올려야 한다. 차량 LTV 증가는 규모의 경제를 실현함과 동시에 차량 운영 과정의 불편 요소들을 얼마나 개선할 수 있는가에 달렸다. 특히 차(Vehicle)라는 실물의 품질 담보는 정말 어렵다. 그만큼 도메인 자체가 어렵기 때문에 이해와 합의 과정이 담보되야 한다. 소통(Communication)이 엔지니어링을 통한 현장 중심, 사람 중심의 운영 효율화를 만드는 핵심이다.

쏘카 10주년을 통해 천명한 스트리밍 모빌리티는 고객 이동을 끊김없이 연결하겠다는 선언이다. 이어 2022년부터 KTX를 시작으로, 스테이(Stay – 쏘카스테이)와 쏘클(전기자전거)로 이동 서비스를 확장했다. 이미 쏘카는 차량 데이터를 기반으로 “이동”에 관련된 국내 최대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고, 이를 바탕으로 고객 여정의 지점과 지점을 확장된 서비스로 연결하길 희망한다. 여기에 더해 축적된 데이터는 선택을 돕는 수단이 될 것이다. 고객은 여정을 쏘카안에서 즐겁게 계획하고 실행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즐거움이 가격뿐만 아니라 편리함과 편안함이길 기대한다.

KTX – 쏘카 – 스테이(숙박)“를 이용하면서 가성비를 체감하긴 했지만 아직 서비스로써 편리함과 편안함을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함을 느꼈다. 고객 여정을 서비스를 통해 담아낼 수 있어야 하고, 이동 플랫폼을 통해 다양한 이동(혹은 휴식) 수단을 최소한의 수고를 통해 고객에게 전달해야 한다.  엔지니어링 역량으로 달성해야 할 지점이다.

여정을 서비스로 이용하는 고객으로부터 “편리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다. 다양한 꺼리를 통해 “재미있다.“는 이야기 역시 듣고 싶다. 당장은 욕심이겠지만 쏘카 2.0을 완성하는 2026년까지는 이 맥락을 완성해야 하는 것이 나를 포함한 쏘카 엔지니어링 조직이 달성해야 할 목표이다.

사람 그 자체로의 사람

사실 하나하나가 쉽지 않다. 제대로 된 엔지니어링 관점의 구현은 더욱 도전적이다. 매우!!! 이걸 해내기 위해서는 모두의 헌신과 노력이 필요하다. 시간이 필요한 순간에는 야근해야 하고, 그보다 더 시간이 필요하면 주말 근무를 해야 필요한 곳에 점을 찍을 수 있다.(ps1) 라이브(Live – Production Release)라는 완결점이 찍히지 않았다면 아무리 많은 노력을 쏟았더라도 의미를 상실한다. 그렇기 때문에 완결점은 구성원들에 의해 찍혀야 한다는 점을 올해도 강조할 것이다.

완결점을 찍는 당사자들 역시 참여하는 구성원들이다. 마찬가지로 서비스를 기획하고 만들어가는 역할 역시 참여하는 구성원 모두의 몫이다. 완결점이 어떤 모습일지, 시작하는 지금엔 알 수 없다. 고객 가치를 최우선으로 놓고, 어떤 형식의 마침표가 합당한지 치열한 고민과 도전을 통해 형상화해야 한다. 서비스 엔지니어링에서 마침표는 끝이 아닌 시작이고, 쉼표이다. 이 지점에서 다음 항해는 어디로 떠날지 다시 한 번 고개들고 살펴보자.(ps2)

노력하는 쏘카의 구성원 역시 사람이다. 사람이 사람과 만나 조직으로 일을 하고 성취를 만든다. 이 와중에 기대하는 바는 도파민이 아닌 세로토닌을 통해 행복감을 구성원들이 느끼길 바란다. 함께 우리가 만든 서비스를 즐겁게 이용하는 고객님을 보고 싶다. 그렇기 때문에도 일의 의미가 중요하다. 단순히 “님들이 이 일을 해야 합니다.”가 아닌 쏘카 2.0 맥락을 모두 같은 선상에서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참여가 이뤄질 수 있다. 헌신과 노력을 이야기했지만 스스로 참여에 의한 것이 아니라면 돈을 받고 하는 노동에 불과하다. 세로토닌이 주된 호르몬이 되려면 의미와 가치를 함께 공유하는 것이 우선이어야 하고, 어찌보면 이것이 리더십의 일이 아닐까 싶다.

올해 입사한 갓 신입 직원부터 지난 2년을 거치면서 잘 성장해준 주니어 엔지니어, 이들을 뒷받침하면서 앞으로 나아가도록 돕는 TL과 팀장이 있다. 최종적으로 나와 함께 그룹장들이 엔지니어링 본부를 구성하고 있다. 재미있게 일을 하면 좋지만, 언제나 세상 좋은 이야기만 있을 수 없다.

쓴소리 전에 사람을 사람으로 알아야 한다고 종종 이야기한다. 그 사람이 겪는 어려움이 업무와 관련된 문제일 수 있지만 그 너머의 다른 곳에 이유가 있을 수 있다. 회사라는 공간에 모인 사람들이 업무를 통해 결과를 만들기 위해 집중해야 한다. 하지만 사람이 집중하지 못하는 이유는 수도 없다.단순히 집중하지 못하거나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것만으로 쓴소리가 합리화 되지 않는다. 사람을 알아야 한다.

사람을 알았다면 상사와 동료의 이야기가 쓴소리 대신 피드백이 될 수 있다. 발전과 동기 부여의 이야기가 될 수 있다. 본부장인 나 역시 팀장/TL들에게 피드백을 주기도, 받기도 한다. 특히 올해 한 팀장으로 받은 피드백은 나 스스로를 곱씹게 만들었고, 발전의 기회를 제공했다. 함께 일하는 동료이기 때문에 알아야 하고, 이해와 공감을 바탕에 둔 피드백은 사람을 발전하게 만든다.

리더

쏘카에서 내 역할은 리더다. 본부 내부 교육 세션등을 통해 리더의 역할은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구성원들에게 방향을 이야기 전에 먼저 가늠해야한다. 때문에 지도(Map)가 필요하다. 최대한 맞는 지도를 그려야 하기 때문에 가능한 높은 곳에서 멀리 봐야 한다. 무엇보다도 목표 지점이 뒷산 꼭대기인지 아니면 알프스를 넘어야만 하는지 알아야 한다. 내가 가지고 있는 장비와 물자가 무엇이고 얼마만큼인지 알아야 한다. 현재의 우리 현실을 기반으로 평가한 제약 사항과 위험 요소들을 현실직시해야 돌아갈지 뚫고 지나갈지 판단할 수 있다. 방향과 지도가 준비됐다면 이제 경로를 잡는다.(선택한다.) 움직이기 시작하면 조직이 지도상에서 어디쯤인지 수시로 확인해야 한다.

엔지니어링 본부의 OKR과 Milestones 문서가 방향과 경로가 포함된 지도가 되길 희망한다. 당연하게도 지도가 100% 맞다고 확신할 수 없다. 뭔 일이 자꾸 터지니… 그럼에도 현실 덤블을 헤쳐나가면서 우리의 지향하는 방향과 위치가 합당하게 쏘카 2.0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지를 알 수 있게 하리라. 그래야 실무에서 움직이는 여러 팀의 노력이 합쳐져 올바른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으니 말이다.

– 끝 –

ps1. 쏘카는 일정 시간을 넘어서는 야근과 주말 특근에 대해 대체 휴일을 통해 쉼을 보장하는 제도를 갖추고 있다. 물론 최선을 다하는 것에 변함이 없지만, 쉼 역시 쏘카의 중요한 가치임에는 변함없다.

ps2. 서비스는 중단없는 연속이다. 그렇기 때문에 리듬이 필요하고 서비스 개발에서 마침표는 이 리듬감을 완성한다고 생각한다. 일을 하는데 있어서 리듬감의 필요에 대한 생각을 링크의 글에서 정리해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