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기업의 배움 – 많은 사람들

큰기업은 여러 의미를 가질 수 있지만, 국내 대기업의 大 라는 글자는 여러가지 것들이 정말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이야기하고 싶은 많은 것 가운데 하나가 사람들이다. 이전 회사 역시 단일 회사로 국내 본사 5천명에 7개 주요 해외 법인에 2천명 가량의 직원들이 있다. 운영을 포함해 개발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인원들만 수천명이다.

동서 고금을 막론하고 조직의 형태는 최상위 리더를 정점에 둔 피라미드 형태다. 그리고 피라미드 내부에는 조직을 지탱하는 사일로들이 있다. 사일로라는 단어를 조직론에서 그닥 안좋은 의미로 많이 언급하지만 조직을 떠받드는 기둥 역할로 해석할 수 있다. 문제는 사일로의 구성과 사일로간 소통 구조일 것이다. 원팀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내가 주로 담당했던 기술 전략을 수립하고 추진하는데 있어, 사일로 사이의 소통 문제는 가장 큰 난관이었다. 가장 현실적인 전파 방법은 많이 떠드는 것이다. 기술 전략을 이야기하는 조직 자체도 구성원 입장에서 다른 사일로로 비칠 때 이야기는 우리 이야기가 아닌 남의 이야기가 된다. 자칫 피로감이 쌓이고 심한 경우 반감만 얻었던 경우도 있었다.

전략은 수립과 추진(실행)으로 구분된다. 리더십간 소통을 통해 수립되고, 구성원들간 소통을 통해 실행된다. 보통 리더십 사이에 합의된 경우 당연히 리더 각자가 이끄는 조직 구성원들에게 전파되길 기대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전략을 이끄는 사람과 합의하는 사람의 우선 순위는 다르다. 기술 전략의 이해, 합의, 전사적 필요에 대한 공감이 함께 필요하지만 “급한 마음”에 어설픈 소통으로 오히려 시간만 더 잡아먹었던 적도 있다. 하지만 전사적 필요에 대한 공감만 만들어지고, 각 조직을 이끄는 리더분들이 하위 조직에 적극 전파하면 안될것 같은 일도 눈깜짝할 사이에 이뤄진 경험도 있다.

추진 과정은 큰 인적 규모 때문에 더욱 어렵다. 과정에서 배운 것이 변화 관리의 필요성이다. 특히 측정 지표를 수립하고 변화 관리가 실제 구성원들의 영향(Impact)을 주는지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수천명의 직원들이 영향받는 변화는 소수 그룹만 잘해서는 안된다. 자칫 역효과를 만들 수도 있다. 잘하는 사람들이야 언제든 있겠지만, 흐름(Trend)이 만들어 질 수 있는 “규모”가 변화에 참여해야 한다. 전체 구성원의 20% ~ 30% 수준이 변화를 받아들이면 “지속 가능한 규모의 흐름”이 생겼다고 볼 수 있고, 전사 구성원들이 자연스럽게 변화 흐름에 편입될 수 있는 터닝 포인트가 만들어진다. 물론 이 수준이 전사적인 흐름은 아니다. 물꼬를 튼 것 뿐이고 전사적인 흐름으로 만들려면 이후로도 지속적인 변화 관리가 필요하다. 전사 기술 공유 체계나 Github Copilot을 적용해 바이브 코딩을 시작한 변화들이 이런 과정을 통해 나름 성공적으로 조직에 안착했다고 생각한다.